[이색 동호회·취미: 컨버터블 클럽] 바람 맛에 '중독'…"준법·양보 운전은 기본"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4-09 09:33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맛에 탑니다."

동호회 '컨버터블 클럽'의 회원들이 한 마디로 표현한 오픈카의 매력이다.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차량인 컨버터블은 국산이 없고 모두 수입차다.

이 때문에 '금수저 모임'이나 '폭주족' 등의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

이들로부터 컨버터블 동호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오픈카의 묘미에 대해 들어봤다.


오픈카 동호회 '컨버터블 클럽' 회원들은 종종 지역별 모임을 갖고 차량 정보 공유와 인간적 유대감을 쌓는다.
금수저 모임?…1천만원대에도 컨버터블 구입 가능

컨버터블은 지붕을 접으면 오픈카가 되고, 창유리를 올리고 지붕을 덮으면 쿠페가 되는 차량을 의미한다.


이들 차량의 지붕은 직접 손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방식과 스위치만 누르면 유압이나 전동기에 의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있다.

컨버터블은 특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지붕의 재질이 천과 같이 부드러운 것으로 만들면 '소프트톱', 반대로 딱딱한 재질를 쓰면 '하드톱'으로 분류된다.

지역별로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영국에서는 '드롭헤드', 유럽에서는 '카브리올레'라고 지칭한다.

컨버터블은 매끈한 바디와 우렁찬 엔진배기음, 압도적인 스피드 등 스포츠카의 DNA를 계승한다. 이런 점에서 컨버터블은 세계 유명 카브랜드들의 '자존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산차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성, 계절적 이유 등으로 컨버터블을 현재 생산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 목격되는 컨버터블 차량은 100% 수입차이며, 신차 가격 기준 수천만 원대에서 수억 원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컨버터블 클럽을 가리켜 럭셔리 동호회 또는 속칭 '금수저' 모임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대해 컨버터블 클럽 회원들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조문영씨(개인사업)는 "회원들 모두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부분의 회원들은 소규모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 또는 전문직 등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일부 차량은 대략 1000만 원대에 중고 컨버터블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럭셔리 동호회로만 볼 수 없다고 회원들은 전했다.

도로의 폭주족이라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서도 조 대표는 "실상 오픈카를 타면 과속이나 난폭한 운전을 할 수 없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과할 정도로 도로 법규를 지키는 편"이라고 주장했다.

온몸으로 느끼는 바람에 '중독'…유대감 형성도 한몫

약 10년전 시작된 컨버터블 클럽은 현재 8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주 연령층은 30~40대가 대부분이고 남녀의 비율은 약 9대1 정도다. 다만 최근들어 여성 회원들의 동호회 활동이나 가입이 증가하는 편이다.

이곳은 가입비 및 월 회비가 없는 순수 전국 동호회로 정기 모임은 따로 갖고 있지 않지만 지역별 수시로 이른바 '달벙(달리기+벙개모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왜 컨버터블 차량을 구입하고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일까.

회원들은 차량이 갖는 고유의 개방감을 우선으로 꼽는다.

조 대표는 "주행중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낀다는 것에 중독성이 있다"면서 "특히 경치가 좋은 곳을 달리다보면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은 "나이를 더 먹게되면 오픈카를 탄다는 게 부담일 수 밖에 없어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예쁜 디자인', '남들과 다른 차별성' 등의 이유도 있었다.

회원들은 동호회 활동의 장점에 대해 "인간적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각자가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다보니 서로 어려운 점을 공유하거나 사업상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

여기에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 경치좋은 관광지 등의 발굴은 동호회 활동의 덤이다.

조 대표는 "종종 야간에 세차모임을 하고 간식을 함께 하며 회원들간 정을 쌓는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도 마스크 쓰고 '달벙'…준법·양보운전은 기본

오픈카의 특성상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있다.

차량을 본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종종 "지붕은 어디갔나?"라고 묻는 것.

이때 회원들은 차량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지붕을 덮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지붕을 잘라버렸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주행중 바람에 모자나 소지품이 종종 날아가, 차량을 멈추고 되돌아와 물건을 찾기위해 헤매기도 한다.

또한 정차때나 주행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표정관리'는 필수다.

자칫 얼굴을 찡그리거나 음악의 볼륨을 과하게 올리면 '건방지다' 등 곱지않은 눈초리가 쏟아지기 때문.

조 대표는 "운전시에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띤다"면서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겨 속도·신호 준수 등은 물론이고 자연스레 양보운전이 몸에 배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원들은 '달벙'시 줄지어 주행을 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것.

미세먼지, 황사가 심한 날씨에도 이들은 달벙을 한다. 단,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회원들의 차량관리는 남다르다.

흔한 자동세차기나 세차장 방문을 하지 않고 대부분은 직접 자신의 차량을 세차한다.

종종 '세벙(세차+벙개모임)'을 하면서 차량관리의 노하우를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모임후엔 야식을 곁들인 소소한 뒤풀이로 유대감을 쌓는다.

컨버터블 차량의 대부분이 스포츠카이다 보니 회원들은 간혹 질주 본능을 깨우기도 한다.

조 대표는 "트랙 주행 자격을 취득한 일부 회원은 강원도 태백이나 인제를 찾아 고속질주를 즐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오픈카를 소유하고 있거나 즐기고 싶은 분들 누구나 동호회 가입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부정적인 시선 보다는 안전과 양보운전을 실천하는 동호회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컨버터블 클럽 회원들이 모임시 동호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기념촬영을 한 모습.


컨버터블 클럽의 회원 인증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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