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바이크인 만큼 국내 동호회 활동 역시 활발하다.
이들 동호회로부터 할리데이비슨의 매력과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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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가죽점퍼를 입은 터프가이들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아스팔트 위를 질주한다.
줄과 열을 맞춰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댄스가수들의 '칼군무'를 연상케 한다.
할리데이비슨 공식 홈페이지 '프리덤 스토리'에 등장하는 한국 동호회 '팀48(포티에잇)'의 영상이다.
사실 '48'은 할리데이비슨의 중형급(1202㏄)모델의 이름으로, '만세' 핸들 자세인 대형모델과 비교하면 차체가 작은 편이다. 48의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2000만원 초반으로, 국산 준중형차 가격과 맞먹는 수준.
동호회 팀48은 결국 이 모델을 보유한 '순수 혈통'의 모임으로 약 6년전 출발했지만, 현재는 다른 모델·브랜드까지 아우르고 있다.
팀48은 국내 88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을 만큼 세계적 규모다. 다만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회원은 100여명 가량이다.
가입비나 월 회비는 없으며 남녀의 비율은 9대1로 남성 회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연령층은 30~40대가 대부분. 매달 지역별 정기모임을 갖고 번개모임도 종종 갖는다.
이들은 수많은 바이크 가운데 왜 굳이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하고 모임까지 갖고 있을까.
이에대해 팀48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황의민씨(개인사업)는 "바이크를 좋아하고 젊은 에너지를 발산 하고픈 사람들끼리 자유를 만끽하는 한편, 그 안에서 친밀감도 형성하고자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48이 꼽는 최우선 가치는 '안전'과 '배려', '법규 준수' 등이다. 이를 위해 반바지, 슬리퍼, 헬멧 미착용 등은 철저히 배제한다. 또한 다른 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은 기본이다.
황 대표는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동호회의 슬로건"이라며 "함께 라이딩을 할 때에도 10~15명씩 팀을 나눠 이동해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신호 역시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로써 일부에서 할리데이비슨 모임에 제기하는 '소음 유발자', '폭주족' 등 부정적 편견을 해소하고자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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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회원에 성금 등 유대감 끈끈…"한라에서 백두까지 달리고 싶다" 포부
팀48은 한번 라이딩을 하면 보통 300㎞를 왕복한다. 주로 강원도 쪽 국도를 달린다. 도로가 덜 복잡하면서도 자연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라이딩을 할 땐 독특한 그들만의 신호도 있다.
팀을 이뤄 운행을 할 때 연료가 부족하면 본인의 헬멧을 손으로 두세 번 치고 허공에 '권총쏘기' 동작을 한다. 그러면 이를 본 맨 뒤의 스텝이 선두에 무전으로 알려 단체로 주유소에 들어간다.
일종의 라이더 이탈과 돌출행동을 막기 위한 것. 이 또한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다.
아울러 안전을 위해 동호회는 단 한모금의 음주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같은 실천으로 팀48에서는 큰 사고가 단 한건도 없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동호회 활동을 반대하던 가족이나 지인들도 점차 함께 어울리게 됐다는 게 황 대표의 귀띔이다.
회원들은 연 1회 가량 제주도 라이딩을 떠나기도 한다.
여수나 목포까지 바이크로 이동한 뒤 배로 제주항에 도착, 해안선과 산간도로에서의 라이딩을 즐기는 것.
왕복 1000㎞ 넘는 바이크 대장정이다.
황 대표는 "자신의 바이크를 타고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면 자연과 하나 된 환상의 느낌"이라며 "그 맛에 매년 제주를 찾곤 한다"고 말했다.
성숙한 라이딩 문화를 이끌고 있는 팀48은 끈끈한 인간관계도 중시한다.
회원의 투병 소식에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돕는가하면 경조사 역시 꼬박꼬박 챙긴다.
특히 결혼식에는 단체로 가죽점퍼에 헬멧을 쓰고 기념촬영을 하는가 하면 신랑신부에게 헬멧을 씌우는 장면도 연출해 즐거움을 나눈다.
아울러 가족 여행시에는 지역 회원들이 맛집·관광지 등에 대한 가이드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팀48에 가입, 활동하려면 바이크는 필수일까.
이에 황 대표는 "자신의 바이크가 없어도 함께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면서 "바이크에 대한 애정과 안전의식만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했다.
한편, 팀48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최근 불고 있는 한반도 평화 기류에 맞춰 한라에서 백두까지 라이딩 코스를 개척하고 달리는 것이다.
회원들은 "바이크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온전한 한반도를 질주해보고 싶다"며 "북녘 땅 넘어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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