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동호회·취미: 콜라이야기] 쏘는 '맛'보다 모으는 '멋'에 빠지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1-08 09:09


콜라. 쏘는 탄산에 특유의 향과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 음료다.

그런데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라 콜라병과 캔 그리고 관련 소품들을 모으고 전시하는 데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있다.

바로 '콜라이야기' 동호회 회원들.

현재 1700명이 가입한 이 동호회의 연령대는 30~40대가 절반 이상이고 20대와 50대가 엇비슷하게 분포하고 있다. 남녀의 비율 역시 거의 같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콜라병으로 알려진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호돌이 콜라'(왼쪽)와 영국 왕실의 다이애나 비 결혼을 기념해 1981년 출시된 콜라제품.  장종호 기자


국내 가장 비싼 콜라병은 200만원 이상…해외 최고가는 2억5000만원

이들이 꼽은 콜라병·캔, 관련 소품 수집의 매력은 화려함이다.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김재학 이츠콜라(It's COLA,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표는 "조명 아래 색색의 콜라병과 콜라캔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인테리어 보다 화려하고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처럼 화려한 컬러에 매료돼 여성 회원들도 많이 동호회에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몇몇 회원들은 그동안 수집한 콜라병과 캔으로 떡볶이 가게나 중국집 등의 인테리어에 활용하기도 한다.

콜라 컨셉트의 카페를 창업한 김 대표의 매장에는 전세계에서 모은 콜라병과 캔이 줄을 맞춰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전시돼 있는 모습 자체가 인테리어인 셈.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의 창고에는 가게에 진열돼 있는 물건들 보다 더 많은 가지 수의 소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10여년 이상 그가 모은 콜라 병, 캔을 비롯해 자석, 의류 등 관련 소품은 수 만가지.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 억원대가 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콜라병은 김 대표 소유의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 '호돌이 콜라'로, 약 2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콜라가격 약 200원의 1만배다.

10년전 그가 처음 이 '호돌이 콜라'를 구입한 20만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뛴 셈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제작된 증정용 콜라병 역시 100만원 이상 호가가 매겨진다.

콜라 음료가 실제 안에 들어있는 경우엔 가격이 좀더 높게 거래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콜라병은 얼마일까.

김 대표에 따르면 약 130여년 전 처음 만들어진 1세대 코카콜라병으로 최근 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콜라이야기' 회원들은 이처럼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이 수집에 쓰인다.

회원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콜라에 대한 정보와 의견들을 나누고 공동구매를 한다. 때로는 구매한 희귀 아이템들을 자랑하거나 소개하는 '벙개 모임'도 갖기도 한다.

수많은 아이템들 속에서 유독 콜라 소품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은 "콜라 자체가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수집돼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색상과 디자인에 매료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삿짐센터 거부에 손수 옮겨야…해외출장땐 저울도 필수 지참

회원들은 희귀 아이템을 수집하기 위해 국내 고물상, 전통시장, 경매장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직접 가기도 한다.

김 대표는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르니 전국의 고물상을 찾아다니며 창고·야적장 등을 뒤지기도 하고 지방에 어떤 아이템이 있다고 하면 밤을 새 달려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중국, 일본, 동남아 뿐만 아니라 유럽, 북미 등까지 수집을 위해 방문한다"며 "사전에 해외 지인들이나 수집 동호회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직접 가서 눈으로 물품의 상태를 확인한 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코카콜라측이 전시한 곰 인형 세트를 입수하기 위해 대형 트럭을 빌려 밤길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그는 귀뜸했다.

그들의 해외 '출장' 소지품은 일반인들의 것과 다르다.

우선 커다란 짐 가방과 전자저울은 필수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올 때 안전한 보관·이동을 위해 에어캡 등 파손 방지제로 아이템을 꼼꼼하게 말아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수하물의 무게를 맞추기 위해서 저울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김 대표는 "희귀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갈때는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구입하고 입국할때는 2~3배 비싼 비즈니스석 티켓을 구입한다"면서 "이는 비행기 좌석에 따라 허용되는 수하물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가끔씩 호텔방에서 여러 번 포장을 다시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그들의 '보물'은 보관 방법도 남다르다.

콜라병의 경우는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캔의 경우 산화돼 터지거나 파손될 위험이 있어서다. 이에 온도나 습도 등의 적정유지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초창기 만들어진 캔은 부식에 약해 진열장 안에서 저절로 터지거나 구멍이 생겨 콜라액이 쏟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런 일이 생기면 다른 캔까지 오염이 돼 부식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같은 진열장 안에 있는 모든 캔을 꺼내 하나하나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수집가들은 캔보다는 병 모으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열 공간 역시 일정 규모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사를 다니는 고생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사업체가 파손을 우려해 운반을 꺼리기에 며칠동안 나홀로 짐을 옮기거나 동호회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조만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는 김 대표는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 본격적으로 콜라 박물관을 개관·운영할 예정"이라며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들과 현재 매장에 있는 것들을 직접 옮길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걱정섞인 말을 하고 있지만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색색의 콜라병과 콜라캔, 관련 소품들이 매장 내부 가득 진열돼 있는 이츠콜라 내부 모습. 장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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