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의 고점 논란이 한창이다. 증권가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내년에 나란히 두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 2년 넘게 이어진 '슈퍼호황'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초호황에서 호황 국면으로 주춤하는 것일 뿐'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D램 시장은 올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이어진 가격상승의 '슈퍼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면서 "서버용과 스마트폰용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의도 서버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사용되는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는 탄탄한 데 비해 소비자가전용 수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등의 악재도 이어지면서 D램보다 더 가파른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D램익스체인지는 예상했다. 주요 업체들이 64단과 72단 등 3D(3차원) 생산라인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는 데다 생산수율도 개선되면서 공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부상하는 분야가 모두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인 데다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요가 떠받쳐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 매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공급 조절을 통해 시장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내용의 반도체 고점 논란은 지난해에도 제기된 바 있다"며 "내년에 시장자체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지만 2020년에는 초호황 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