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간판값' 첫 1조 돌파…산출방식 제각각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8-10-08 08:57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주회사나 대표회사에 지불하는 이른바 '간판값'(상표권 사용료)이 작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기업집단별로 산출 방식이 모두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뚜렷한 기준 없이 자의적인 계산방식을 사용하면서 이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 지원을 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집단의 상표권 사용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가운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곳은 37개 집단으로, 425개 계열사로부터 총 1조1376억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간판값'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작년이 사상 처음이다.

작년 사용료를 가장 많이 주고받은 대기업집단은 LG(2743억원)였다. 이는 전년 2458억원보다 285억원 늘어난 액수다.

SK(1845억원), 한화(1375억원)는 각 2, 3위를 차지했다.


SK는 전년 190억원 줄었고, 한화는 568억원이 늘면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어 CJ(865억원), GS(787억원), 한국타이어(487억원), 현대자동차(370억원) 등의 순이었다.

2014년 17개 집단 8655억원이었던 간판값은 2015년 20개 집단 9226억원으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20개 집단 9314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세를 보이는 간판값 계산방식이 뚜렷한 기준 없이 대기업집단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 의원은 "많은 대기업집단이 매출액에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사용료를 계산하는데, 이 비율이 기업마다 모두 달랐다"고 밝혔다.

작년 사용료를 가장 많이 주고받은 대기업집단인 LG는 '(매출액-광고선전비)×0.07~0.2%'라는 수식을 사용해 사용료를 산출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SK는 '(매출액-광고선전비)×0.1~0.2%' 수식을 사용했다.

롯데는 0.15%, 한화는 최대 0.3%, 한진은 최대 0.25%, CJ는 0.4%, 코오롱은 최대 1.20% 등을 곱해서 사용료를 계산하는 등 기업마다 편차가 컸다.

조금 더 단순하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금액을 상표권 사용료로 산출하는 대기업집단도 있었다.

삼성은 관련 매출액의 0.5%를, 신세계는 순 매출액의 0.15%를 수수료로 계산했다.

부영은 연매출액의 0.1%, 금호아시아나는 연결 매출액의 0.2%를, 태광은 영업수익의 0.00065%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수익의 최대 0.18%, 메리츠금융은 영업수익의 최대 0.245%를 간판값으로 받았다.

에쓰오일처럼 1년에 7만5000달러(약 8500만원)를 정액으로 받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매출액에 조정계수를 곱한 금액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를 곱한 금액 중 적은 금액을 받는 KT처럼 복잡한 방식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기업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용료를 산출하는 이유는 기업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악용해 지주사나 대표사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주면서 총수 일가에 부당지원을 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6년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20개 회사 중 13개 회사(65%)는 총수 일가 지분율(상장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간판값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간판값 수취 현황, 금액 결정기준 및 상표권 소유 관계 등을 명확히 파악한 후 이를 명분으로 행해지는 부당지원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해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자료=이태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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