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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가격·사후관리 갑질 논란…韓 소비자는 호갱?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9-19 07:51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고객) 취급을 하는 게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애플의 주력 판매 제품인 아이폰을 비롯해 맥북과 아이패드, 아이팟 등의 주요 소비국인 동시에 영업이익률이 높은 시장이지만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

지나치게 제품의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가격 갑질', 주요 사후관리(AS)를 어렵게 하는 '서비스 갑(甲)질' 등의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게 이유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5일 한국 사용자의 스토어·아이클라우드·애플뮤직의 구매·구독 결제금액을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변경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그간 유료앱이나 서비스 구입시 달러 환전에 따른 해외결제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유료앱이나 서비스 구입시 이중수수료가 부과됐다. 애플의 결제방식이 DCC(Dynamic Conversion Currency·자국통화결제서비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DCC는 해외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달러화대신 원화로 결제하는 형태로 원화→달러화→원화의 이중환전이 이뤄진다. 겉보기에는 원화 결제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달러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DDC를 이용하면 해외 카드사 몫인 1~4%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달러화 등 현지 통화가 아닌 원화로 해외결제 시에는 3~8%의 수수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가격보다 비싼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가 안팎에서 DCC를 두고 '합법적인 사기'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는 휴가철 금융감독원 및 카드사 등에서 신용카드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DCC서비스를 통해 불필요하게 지불하는 수수료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눈길을 끄는 점은 애플이 국내 서비스 가격을 원화로 변경했지만 실제로는 아일랜드 소재 자회사인 '애플 디스트리뷰션 인터내셔널'을 통해 달러화로 청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결제방식을 바꾸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DCC로만 결제하도록 조치해놓았다. 사실상 갑(질이다.

신용카드 이용자가 카드사를 통해 DCC를 차단해 놓았다면 결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다수 해외기업이 일반 해외결제와 DCC 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결제과정에서 자회사가 포함되는 등 중간 수수료 마진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폰을 이용하는 김진철씨(39·회사원)는 "애플이 앱스토어 등에서 결제금액을 원화로 표시해놓고 실제 결제액은 달러로 하고 있다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며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간 크고 작은 문제들이 겹치고 있어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제품 관련 문제가 발생, 제품 교환이나 수리를 할 경우 한국 소비자를 소홀하게 대하는 듯 비쳐지는 일이 많았다.

지난달 애플이 아이폰8의 프리징 현상 문제에 대해 로직보드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프리징 현상이란 리부팅과 멈춤, 튕김 현상을 말한다. 애플은 이와 관련해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8 기기 중 극소수 장치에서 로직보드에 제조결함이 확인, 예기치 않게 리부팅되거나 스크린 멈춤 및 켜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출시된 아이폰8 제품 중 미국, 중국, 중국, 홍콩, 인도, 일본, 마카오,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로직보드 무료교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아이폰8 사용자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기됐지만 한국은 로직 보드 무상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선보인 신제품 아이폰XS의 경우에도 한국 소비자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 높은 수리비, 1차 출시국 제외 등이다. 애플은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내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 등 3종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아이폰 XS의 가격은 미국 기준 999달러부터 시작하며, 아이폰XS 맥스는 1099달러 부터 판매된다. 지난해 출시돼 화제가 됐던 아이폰X보다 100달러나 올랐다.

높은 가격에 외신들은 지나치게 고가로 책정 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내 출고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환율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아이폰X처럼 애플의 본사가 있는 미국과 아시아권인 홍콩과 일본보다 20만~30만원 가량 비싸게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출고가를 공개하기 전 애플코리아가 밝힌 아이폰XS와 아이폰XS 수리비가 70만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확대폭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애플코리아는 지난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 시리즈의 액정 수리비를 아이폰XS맥스 41만5000원, 아이폰XS 35만5000원으로 공시했다. 홈버튼, 액체에 의한 손상 등 기타 수리 비용은 더 높다. 아이폰XS 맥스의 기타 수리비용은 75만9000원이다. 한국의 아이폰XS 수리비는 미국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 액정 교체의 경우 미국에서 아이폰XS맥스와 아이폰XS의 수리비는 각각 329달러(약 37만원), 279달러(약 31만5000원)이며 액정을 제외한 손상 수리비는 599달러(약 67만원), 549달러(약 61만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국내 소비자 뿐 아니라 통신사에게 광고비와 수리비를 전가시키는 등 국내 시장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며 "그동안 논란이 가중됨에 따라 마니아층마저 등을 돌리게 될 경우 아이폰XS의 국내 판매량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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