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류 스타로 큰돈을 번 한 연예기획사 사주가 역외탈세를 하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A씨의 연예기획사에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A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와 그의 연예기획사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한류 열풍이 지금처럼 뜨겁지 않던 과거에는 해외에서의 수입금이 많지 않아 법인세 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며 "하지만 요즘은 대박이 난 공연의 경우 회당 수십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역외탈세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에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송금하는 '뻔뻔한' 사례도 속출했다. 국내 한 법인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하는 국가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과 해외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일정액의 대금도 보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모두 가짜였다. 계약에 따른 거래대금은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인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현지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자녀의 유학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다른 한 기업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의 현지 법인에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그리고 유학 중인 자녀를 현지 법인의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뒤 체류비와 급여 형식으로 유학비용을 제공했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매년 국세청에 적발되는 역외탈세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조사한 역외탈세는 총 233건으로, 추징세액만 1조3192억원에 달한다. 2012년과 비교하면 조사 건수는 31건, 추징세액은 4900여원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76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이 중 58건에 대해 540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상태다.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확대 등으로 국제 거래의 투명성 개선 조치가 강화되면서 역외탈세 행위도 감시망을 피해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교묘해지는 역외탈세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구체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총 93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고소득 전문직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에는 의사·교수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돼있다. 펀드매니저와 연예인도 일부 조사 대상"이라며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