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한류 스타 공연으로 번 돈 해외 법인에 빼돌렸다 덜미…新역외탈세 확대 추세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8-09-13 08:10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류 스타로 큰돈을 번 한 연예기획사 사주가 역외탈세를 하다 적발됐다.

국내의 한 연예기획사는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한 한류 스타의 공연을 개최해 대성공을 거뒀다. 공연 수입금만 70억원 달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연예기획사의 사주 A씨는 법인세를 피할 목적으로 수입금을 홍콩의 한 법인 계좌로 송금해 은닉했다. 이 회사는 A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의 끈질긴 조사 끝에 결국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국세청은 A씨의 연예기획사에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A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와 그의 연예기획사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한류 열풍이 지금처럼 뜨겁지 않던 과거에는 해외에서의 수입금이 많지 않아 법인세 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며 "하지만 요즘은 대박이 난 공연의 경우 회당 수십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역외탈세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역외탈세는 날로 촘촘해지는 감시망이 무색할 만큼 정교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역외탈세는 통상 조세회피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A씨의 경우처럼 정상적인 조세국가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들은 조세회피처를 자금 세탁의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현지 법인을 이용해 탈세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에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송금하는 '뻔뻔한' 사례도 속출했다. 국내 한 법인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하는 국가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이 법인과 해외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일정액의 대금도 보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모두 가짜였다. 계약에 따른 거래대금은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인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현지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자녀의 유학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다른 한 기업의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의 현지 법인에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 그리고 유학 중인 자녀를 현지 법인의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뒤 체류비와 급여 형식으로 유학비용을 제공했다가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매년 국세청에 적발되는 역외탈세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조사한 역외탈세는 총 233건으로, 추징세액만 1조3192억원에 달한다. 2012년과 비교하면 조사 건수는 31건, 추징세액은 4900여원 늘어난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76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이 중 58건에 대해 5408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상태다.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확대 등으로 국제 거래의 투명성 개선 조치가 강화되면서 역외탈세 행위도 감시망을 피해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교묘해지는 역외탈세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구체적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총 93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였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고소득 전문직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에는 의사·교수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돼있다. 펀드매니저와 연예인도 일부 조사 대상"이라며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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