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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닥터]다친 후 펴지지 않는 '손가락' 영구장애 올 수도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8-30 10:29




신승한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간호사 김모씨는 운동 중 검지손가락이 휘는 부상을 당했다. 좀 아프다 말겠지 했는데 손가락 끝 마디가 굽혀지기는 하지만 펴지지가 않았다. 집 주위의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니, 손가락을 펴는 힘줄 부위의 뼈가 부러졌다. 동네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김씨는 "수술 시 손가락에 금속 핀을 박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수술 이후 제대로 근무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손가락 손상 중에 '추지'가 있다. 망치 손가락이라는 뜻으로 손상 이후에 손가락 끝 마디가 굽혀진 채로 펴지지 않는 모양이 망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지는 손가락을 펴는 힘줄인 신전건이 끝마디에서 작동을 못 하는 상태로, 부착부위에서 신전건이 파열돼 떨어진 '건성 추지'와 신전건 부착부위의 뼈가 부러져 신전건이 뼈조각을 물고 떨어진 '골성 추지'로 나뉜다.

대수롭지 않은 손상으로 여기기 쉽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영영 안 펴질 수도 있으며, 수부외과 전문의에게도 가장 까다로운 손상 중 하나로 꼽힌다.

주로 손가락이 갑자기 억지로 굽혀지게 되거나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손가락 끝에 강한 충격이 발생할 때 발생하는데, 운동 중 공에 손가락을 맞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병원을 방문하면 건성 추지와 골성 추지를 감별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건성 추지는 대개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해결된다. 부목이나 보조기로 구부러진 끝마디를 뒤로 젖혀 2~3개월간 고정하게 된다.

치료가 잘 되면 파열된 힘줄이 다시 붙어 손가락을 펼 수 있는데, 치료 후 부목을 처음 제거하면 이번에는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장기간의 고정으로 인해 관절이 굳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대개 1~2개월 후면 손가락이 원래대로 굽혀진다.

문제는 손가락이 펴지는 정도다. 파열된 신전건은 대부분 어느 정도 늘어나서 붙기 때문에 치료가 잘 돼도 다치기 전 만큼 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치료 중 임의로 부목을 풀고 손가락을 굽히게 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골성 추지는 수술적 치료를 선호한다. 많은 수술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것은 손가락뼈에 금속 핀을 삽입하는 '신전 제한' 테크닉이다.

국소마취로 수술 후 입원도 필요 없고, 수술하고 6~8주 후 뼈가 붙은 것을 확인하고 핀을 제거하면 바로 손가락을 움직여도 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골성 추지의 골절은 부러진 뼈 조각이 아주 작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고도의 테크닉과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골절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후유증이 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오게 된다. 따라서 추지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 전문 병원이나 수부외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신전 제한 수술법의 등장 이후 골성 추지는 전보다 결과가 좋아지고 합병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뼈에 삽입한 핀이 피부 밖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이를 계속 소독해 줘야 한다. 또, 핀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손가락에 지속적인 드레싱과 부목 착용이 필요하다.

손을 많이 써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의료인이나 외식업 종사자 등 손을 계속 씻어야 하는 사람은 수술 후 핀을 뺄 때까지 2개월 정도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최근 골성 추지 수술 시 금속 핀을 모두 피부 밑에 묻는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방법은 수술 후 2~3일이면 손을 씻을 수 있고, 드레싱이나 부목 착용이 필요 없기 때문에 두 달여의 치료 기간 동안에도 일상생활과 생업이 가능하다.

신승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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