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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 신원, 형기 끝나지 않은 '황태자' 박정빈 부회장의 무리한 경영 복귀로 '시끌'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8-08-21 08:48


베스띠벨리, 씨, 비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그룹 신원이 또다시 '오너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시끄럽다.

신원은 이미 오너 부자인 박성철 회장과 차남 박정빈 부회장이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한 차례 오너 리스크를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는 9월까지 형기를 남긴 박정빈 부회장이 때이른 경영 복귀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며 시대착오적인 '족벌 경영'의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3년전 오너 부자가 나란히 구속됐을 때 최고경영자(CEO)를 전문경영인에서 박 회장의 삼남인 박정주 대표로 교체했는데 이후부터 실적 부진이 이어져 세습경영의 후폭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신원 오너가의 '왕관 돌려쓰기', 가석방 두 달 만에 복귀한 황태자에 비난 쏟아져

20일 업계에 따르면 창업자 박성철 회장의 장남이 목회활동에 전념하고 있음에 따라 박정빈 부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신원그룹 후계자로 거론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수와 수출 부문까지 총괄하는 등 경영 전반에 참여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실권을 잡은 뒤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으나 지난 2015년 회삿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했다. 박 부회장은 회사자금 47억원을 가져다가 주식투자를 했고, 이후 또다시 28억원을 횡령했다. 이 과정서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허위 문서까지 만든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박 부회장은 오는 9월 형기가 종료되지만, 지난 4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가석방은 형기 종료 석방이 아니다. 가석방 기간을 경과할 때 형의 집행이 종료되며, 이 때문에 보호관찰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횡령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비리 경영인'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한동안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이 같은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석방 이후 두 달 만인 지난달 2일, 경영 일선으로 '깜짝' 복귀했다.


신원 측은 박 부회장의 복귀에 대해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의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한중 합작 남성복 브랜드'마크엠'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일찍 복귀했다"고 밝혔다.

신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형기가 아직 2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단행한 박 부회장의 복귀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도 부적절한데 심지어 박 부회장은 신원의 자기자본 4%에 달하는 금액을 개인 투자 목적으로 횡령했을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 따라서 박 부회장은 가석방 뒤 경영 복귀가 아니라 자숙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오너 일가가 진정한 반성 속에서 그룹을 살리기 위해 나서기보다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왕관 돌려쓰기'를 하는 구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부재 기간 동안 회사 의사결정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삼남 박정주 대표의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 아닌가"라며 "박 부회장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그룹 내 의사 결정 과정 등 경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이에 대해 최종 책임자인 박정주 대표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신원은 죄질이 나빠도,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어도 오너가라면 무조건 그룹 최고 결정권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지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원의 '잃어버린 5년' 극복, 과연 세습경영이 해법일까?

박정빈 부회장은 복귀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그 가운데는 "반백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의 최근 5년은 뼈아프게도 '잃어버린 5년'이었다. 이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였다. 저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모든 신원 가족에게 고통을 주었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게 하였다"고 적었다.

실제로 신원의 '잃어버린 5년'은 상당 부분이 오너리스크가 낳은 결과였다. 박정빈 부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그에 앞서 박성철 회장이 파산·회생절차에서 300억원의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오너 부자가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신원은 CEO에 전문경영인을 앉혔다. 하지만 2016년 대법원이 박정빈 부회장에게 최종 유죄 판결을 내리자 CEO 자리는 박정주 대표에게로 넘어갔다. 업계에선 박 회장이 회사를 자기 손아귀에 두기 위해 삼남을 회사 대표직에 앉힌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세습경영의 후폭풍은 매서웠다. 신원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3년 가량 유지하며 꾸준히 실적이 개선됐으나 박정주 대표가 CEO에 오른 뒤 실적이 급락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2016년 영업이익 139억원800만원, 당기순이익 -49억5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의 실적은 더욱 처참해 영업이익은 불과 12억5000만원에 그쳤고, 당기 순이익은 무려 83억9000만원이나 적자를 냈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를 '족벌경영'으로 바꾸면서 실적이 악화됐는데 회삿돈을 횡령한 박정빈 부회장이 또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단순 세습경영 차원을 넘어 신원이 수감생활 중인 박성철 회장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비리에도 계속되는 세습경영 논란은 고스란히 소비자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앞으로도 신원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원은 오너 부자가 모두 비리를 저질러 신뢰를 잃었다. 그렇게 추락한 이미지는 쉽게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며 "이런 가운데 수익성 회복만을 앞세운 박 부회장의 조기 복귀는 그 결과가 좋지 못하면 회삿돈을 맘대로 가져다 쓴 죗값을 온전히 치르지도 않은 도덕적 자질 논란까지 더해져 오너 개인을 넘어 기업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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