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기 기술탈취 두산인프라코어에 철퇴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7-23 15:53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2조6513억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 건설기계 업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부장·차장·과장 직급 담당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후 제3업체에 핵심 부품 제작 용접·도장 방법, 부품 결합 위치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작도면 총 31장을 2016년 3월∼작년 7월 5차례 전달,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한 혐의를 받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고,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8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이같은 행태로 인해 납품단가를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게 공급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 도면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승인도는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이다. 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기술자료에 해당하며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하도급법은 요구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대가, 요구의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으로 요구해야 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한 건도 서면을 제공하지 않고 하도급업체 도면 총 382건을 손에 넣었다. 에어탱크 균열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 자료도 요청했지만 당시 제품의 하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탈취 관련 하도급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 외에도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를 적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작년 7월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하자 거절했다. 대신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들 5개 사업자는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코스모이엔지는 현재 인상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코스모이엔지 측의 도면 전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달 행위 자체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기술자료를 유용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하도급업체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기술자료를 제출하며 비밀유지 의무를 요구하기는커녕 비밀 표시조차 하지 못했다"며 "피해 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한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혁신 유인을 저해하고 우리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가 기술유용 사건 처리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관리소홀 등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시정하고 조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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