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 등 신사업 부진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고액' 배당으로 또 구설수?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8-05-03 09:35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남양유업이 좀처럼 터닝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7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하던 국내 대표 식음료업체였다. 그러나 2013년 남양유업 소속 한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쏟아낸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 간신히 되살아나려던 매출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이에 남양유업은 올해 초 창사 54년 이래 첫 외부인사를 대표로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으나, 분위기 반전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저조한 실적에 우울한 남양유업, '화려했던 옛날'은 다시 올까?

'대리점 갑질' 논란에 휘말린 2013년, 남양유업은 1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2014년에도 2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2015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20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2016년에도 418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던중 사드 역풍을 제대로 맞으면서 남양유업은 휘청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4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이 51억원으로 뚝 떨어진 것. 매출액은 1조2391억원에서 1조1669억원으로 5.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371억원에서 65억원으로 82.4%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저조한 매출은 중국의 영업정지 처분 등으로 현지 롯데마트 112개 중 87곳이 문을 닫는 등 고마진 상품군인 분유가 중국내 주요 판매처를 잃은 탓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저조한 실적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매일유업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져보인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만 2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뿐 아니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크게 비교가 된다. 그간 매일유업이 유아동 의류나 외식 분야 등에 꾸준히 진출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꾀한 반면 남양유업은 신사업 분야에서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1년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으나, 약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탄산수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남양유업이 탄산수 대표 브랜드로 키운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프라우 제주 플레인'은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해 저조한 매출에 대해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주력 제품인 분유 수출길이 막힌 데다 마케팅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분유 브랜드 '아기사랑 수'가 국내 최초로 중국 조제분 수출 기준을 통과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올해 10조원 규모의 중국 분유 시장 재공략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며, 국내 시장에서도 신제품 발굴로 식음료업계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5월에서 7월 매출 확대를 적극 모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사 이래 처음 외부에서 대표 영입, 위기감 속에서도…

위기감이 컸던 것일까. 남양유업은 지난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이정인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감사본부 파트너, 기업 리스크자문 본부장 및 위험관리 본부장을 지낸 이 대표는 2017년까지 딜로이트 컨설팅 및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부대표를 역임했다. 기업경영컨설팅과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향후 이 대표는 남양유업 실적 개선과 더불어 그간 '갑질 논란'의 악몽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했던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남양유업이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오후 6시 정시 퇴근제'를 빠르게 정착시키는 등 기업문화 개선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장벽은 높기만 하다. 최근 오너 일가의 배당과 관련된 논란만 해도 그렇다.

올해 홍원식 회장은 배당을 통해 3억7210만7000원을 가져갔고, 부인 이운경씨(640만원), 동생 홍우식씨(556만8000원), 홍명식씨(320만8000원), 손자 홍승의씨(43만1000원)도 각각 배당을 받았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좋지만은 않았다. 홍 회장은 회사가 부진한 실적의 늪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년과 동일한 액수를 챙겼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과거 '갑질 논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여전히 작용하면서, 남양유업 관련 이슈에 보다 네거티브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는 이러한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연봉 챙기기보다 과거 명성에 걸맞는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정인 대표도 단기간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판이다. 성공적인 신제품 발굴로 매출 확대를 이루는 가운데, 기존 '갑질 이미지'를 깨끗이 씻기 위한 방책 또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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