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비상하는 문안나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8-05-01 14:12


문안나.

문안나(34·3기·A2등급)가 아픔을 딛고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경정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남녀 선수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는 경정이지만 '수면위에서 펼쳐지는 격투기'라 불릴 만큼 격렬한 레저스포츠인 만큼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의 섬세함이 경주를 주도해 나가는 것도 경정의 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춤한 행보를 보이지만 여자선수를 대표하고 있는 박정아가 개인 통산 251승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개인통산 166승을 기록 중인 손지영, 149승의 안지민이 6기를 대표하고 있다. 개인 통산 142승을 기록 중인 이주영까지 남자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기에 문안나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 남편 고일수(5기)의 불의의 사고로 사별의 아픔을 겪었다. 많은 팬들은 문안나의 선수생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문안나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한층 더 성숙한 경기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안나는 2004년 경정에 입문했다. 데뷔 첫해 문안나는 평균 스타트 0.40초, 시즌 1승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다른 여자선수에 비해 초반 경주흐름을 빠르게 읽지 못해 대처능력이 떨어진 점도 부진의 한 원인이 되었다. 급기야 평균 스타트도 0.45초를 기록하며 단 1승도 기록을 하지 못한 시즌(2006년)도 있었다. 그러던 중 문안나는 2010년 임신을 하며 한동안 미사리를 떠나 가사와 육아교육에 전념했다. 복귀시점이 생갭다 늦어져 완전히 선수생활이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문안나는 "예전의 과오를 다시 범하기 싫어 오랜 시간을 두고 차분한 훈련을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려 복귀시점을 늦추었다"고 했다.

복귀는 2013년 후반에 이뤄졌다. 39회 차부터 출전하여 총 6회 출전 중 3착 1회에 그쳤다. 하지만 스타트감이 어느 정도 안정 됐다는 말을 들었다. 평균 스타트 0.35초로 출산 전보다 확실히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다음해인 2014년에는 평균스타트 0.27초, 1착 9회, 2착 9회, 3착 8회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9승 중 1코스 4회(인빠지기), 2코스 2회(찌르기), 4코스 3회(찌르기)로 인코스를 제외하면 주도적인 경주운영보다 전개로 승부를 펼친 점은 개선할 부분으로 남았다. 이후 문안나는 서서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2015년에도 1착은 9회였지만 2착 18회를 기록할 정도로 한층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문안나의 평균스타트(0.24초)가 좋아지고 있는데다 휘감기와 휘감아 찌르기를 병행해 주도적으로 경주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드디어 문안나에게도 경정선수로서의 정점을 찍는 시간이 찾아왔다. 2016년이다. 1착 24회, 2착 18회, 3착 7회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기간 중 문안나는 제 10회 스포츠경향배 결승전 3코스에 출전해 휘감아 찌르기 전개이후 역전 3착으로 생애 첫 대상경주 3위를 기록했다. 그 여세를 몰아 쿠리하라배 결승전 2코스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하며 한 해 두 번의 주요대회에서 우승은 없지만 순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시상식 단상에 올라서는 영광을 안았다. 2017시즌은 1착 10회, 2착 11회, 3착 14회를 기록하며 조금 주춤한 성적을 보였지만 2018시즌에는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19회 출전 중 1착 6회, 2착 6회, 3착 3회, 평균 착순점 7.75, 연대율 63.2%, 3연대율 78.9%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 첫 대상경주인 스포츠월드배에서는 아쉽게도 예선전에서 탈락했지만 현재 페이스는 상당히 좋다. 많은 경정전문가들은 문안나가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일어선 강력한 의지력과 단조로운 찌르기 전개보다는 주도적인 스타트 승부를 펼친다는 점, 그리고 차분하게 경주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아져 최근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16년 시즌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