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에서 관행처럼 만연한 채용비리 실상이 드러나며 국민에게 큰 실망과 허탈감을 주고 있다. 부정 청탁 등 부적절한 채용관행은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이다.
채용비리를 직접 행하거나 연루된 자는 자신의 행위로 형사처벌 및 중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한 법리이다. 그러나, 부정합격자에 대하여 이들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어 무조건적으로 채용 취소 및 즉시퇴출을 시키려는 방침은 대상자에게는 노동법적으로 '해고'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채용비리 관련자에 대한 처리가 아직 입법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처리 방침은 다음과 같은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
우선, 정부방침에 따르면 채용비리 관련자 및 부정합격자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 부정청탁방지법상 부정청탁 금지 규정(제5조 제1항 3호) 위반 등을 이유로 '기소'된다면 이들의 즉시퇴출을 예정하고 있다. 형사상 기소는 객관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신뢰성과 업무적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을 법원의 유죄 판결 이전에 기소 단계에서 즉시퇴출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원칙(제27조 제4항)에 위반될 여지가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설령 채용비리의 직접적 가담자는 부정합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아 그들은 기소만으로도 즉시 퇴출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을지라도 적극 가담치 않은 부정합격자에 대해서 기소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직접 가담자들과 같은 동일 처분(즉시 퇴출)을 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 측면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최소한 부정합격자에 대하여는 즉시 퇴출의 조치를 기소단계가 아니라 '유죄판결' 이후로 변경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청탁·금품수수 등의 행위를 한 제3자가 부정합격자와 친·인척 등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출 절차를 밟는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제13조 제3항)에 반할 소지가 있다. 또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의 행위가 채용된 자의 합격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더욱이 채용된 자가 이러한 사정을 모른 채 조직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상당기간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들에게 뒤늦게 본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정을 들어 채용취소(퇴출)하는 것은 자칫 신뢰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한편,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모든 유형의 채용 시험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가령 정성평가가 주가 되거나 구술 면접 등 면접관의 재량권이 상당히 부여되는 최근 시험의 유형에 있어서 정부방침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채용비리 사실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합격자에 대한 근로관계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러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하여 적어도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 또는 불공평하여 사회통념상 기대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퇴직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부적절한 채용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행위이지만, 부정합격자를 채용비리 직접 가담자와 같이 '절대악(惡)'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원칙적으로 채용취소는 부정합격자 본인에게는 노동법상 '해고'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고제한의 법리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로서도 방침으로 채용비리 연루자를 엄벌하여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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