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삼성증권의 전무후무한 '우리사주 배당 오류 사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삼성증권에서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이 입금되는 과정에서 주당 배당금을 1000원씩 배당해야 하는데 1000주를 배당하는 입력 실수가 발생했다. 이는 전날 종가(3만9800) 기준으로 하면 398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소유주식은 283만1620만주(3.17%)로, 1000주씩 배당이 됐다면 28억3000만주 가량 배당이 된 셈이다. 이는 전날 종가로 112조6985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치다.
삼성증권은 상황 파악 후 30여분 만에 잘못 입력됐던 주식입고 수량을 즉시 정상화했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배당받은 주식을 즉시 팔아버리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매도된 물량은 잘못 입력된 주식의 0.18%로 501만2000주로 파악됐다. 1인당 평균 31만3000주 가량 매도한 셈으로, 이 중에는 특히 입고된 주식을 100만주가량 처분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증권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사주의 배당금 지급과 주식배당이 내부적으로 함께 이루어져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었고, 엄청난 수량의 주식 물량 입고에도 불구하고 이상 거래가 시스템 상으로 쉽게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일 현재 주식을 매도한 16명의 직원은 대기발령 상태로, 이 중에는 팀장급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후 감사를 통해 이들에 대한 문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에서는 해당 직원들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형사 고발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매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을 전액 청구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일단 직원들이 손실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향후 수습은 어떻게?
비록 일반 투자자 보유 주식에는 배당 관련 전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번 사건이 삼성증권 이미지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지난 8일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9일 투자자 민원접수 및 피해보상 응대를 위한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도로 삼성증권 주가가 11% 가량 급락함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은 금융소비자보호팀과 법무팀 등 삼성증권 내 유관부서의 임직원으로 구성됐으며 민원접수와 법무상담 등 피해 투자자 접수와 신속한 구제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피해를 본 투자자는 삼성증권 홈페이지 내 민원신고센터, 콜센터, 각 지점 업무창구로 접수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금 전산입력 오류와 관련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삼성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요청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9일 배당착오 사태가 벌어진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고, 특별점검 이후 11∼19일에는 삼성증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 및 주식거래시스템 안정을 위한 현장검사를 할 예정이다. 또한 현장검사에 이어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대상으로 주식 거래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특별점검에서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 문제 등을 확인하고 위법사항이 있으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사건 파급력을 보면 삼성증권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에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배당받은 주식을 매도한 것이 외형상 무차입 공매도에 가깝다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는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 공매도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고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는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지나친 변동성 확대나 작전·투기 세력 개입 가능성, 개인 투자자 피해 등은 문제로 지적돼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돼 있다.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지난 6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청원 글에는 9일 오후 3시 현재 참여인원이 18만명을 넘어섰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