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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 낙상]증가하는 '낙상' 입원환자… 약물 복용도 주의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1-11 10:45





평소 골다공증이 있는 70대 김모씨는 아침 외출에 나섰다가 꽁꽁 얼어붙은 길에서 넘어졌다. 단순히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날 수조차 없는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주위 시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엉덩이뼈 골절이었다.

최강 한파 속 폭설로 도로와 인도가 눈과 얼음으로 미끄러워짐에 따라 낙상의 위험도 크다. 낙상 시 가장 많이 입는 부상 부위는 손목과 발목, 인대, 허리 등이다.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낙상으로 인해 고관절이나 척추골절 등 젊은 사람들보다 더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고령자는 낙상의 여파로 전신마비나 뇌사까지 유발하는 뇌진탕의 위험도 그만큼 높다. 노년층이 장기복용하고 있는 각종 약물 중에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성분이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철 낙상으로 인해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부상과 주의점,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35~40%가 연간 1차례 이상의 낙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상은 빙판 등에서 미끄러져 당하는 일이 가장 흔하지만, 실신·경련·마비 등 여러 원인에 의해 의도치 않게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지난 2015년 낙상으로 입원한 사람은 28만4000여명으로 5년 전인 2011년보다 16% 증가했다(질병관리본부 자료). 65세 이상 노인 낙상 입원환자는 2015년 12만4000여명으로 같은 기간 32% 늘었고, 특히 겨울철에는 낙상 환자가 11%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 낙상 환자의 절반은 2주일 이상 장기 입원했으며, 고관절 골절 환자는 평균 25일 이상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호 강남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겨울철은 추위 때문에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활동량이 줄고 근육과 관절도 굳게 된다"며 "이 때 눈길이나 빙판같이 미끄러운 곳에 넘어질 경우 뼈와 관절이 타격을 입으며 염좌와 근육파열, 골절, 부종 등의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년층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 시 사망까지

노년층은 근력이 약하고 골밀도가 낮기 때문에 쉽게 넘어지고, 작은 낙상에도 큰 부상을 당하기 쉽다. 특히, 골다공증을 가진 장노년 여성들은 더욱 취약하다.

건강한 뼈는 콜라겐, 칼슘, 인 등의 구성 물질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골다공증의 경우 여러 이유로 이런 물질들이 점차 빠지면서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골밀도가 낮아진 뼈는 그 자체만으로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처럼 조직이 헐거워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국내 50세 이상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79만4618명에서 지난해 85만4215명으로 8% 가까이 증가했다.

골다공증이 중증에 이르면 가벼운 낙상만으로 척추나 대퇴골 같은 큰 뼈도 쉽고 크게 부러진다. 골절이 생겨도 수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가 어렵고 결과도 좋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골다공증 등으로 유발되는 골절 중 고관절(엉덩이관절) 골절이 매우 위험하다.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부상 자체도 문제지만 거동이 힘들어져서 전신 근력과 뼈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며 "욕창, 패혈증, 폐렴 등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하면 골다공증에서 비롯된 합병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 중.
◇겨울철 뼈 강화 요령… 햇볕 쬐고 과음은 자제

겨울철 낙상 골절을 예방하려면 우선 골다공증을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둘째는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마지막으로 생활 주변에서 낙상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넘어지더라도 큰 골절을 당하지 않도록 뼈를 튼튼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실내에만 있기 보다는 매일 20분 정도 바깥에 나가 햇빛을 쐬어서 비타민 D의 생성을 촉진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 D가 함유된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을 자제하는 것도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진호 원장은 "온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면 척추나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이완돼 도움이 된다"며 "평상시에 운동을 통해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하고,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증대시키는 것이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매, 당뇨병합병증, 우울증, 부정맥 치료제도 '낙상' 유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최근 장노년층에게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소개했다. 낙상 위험은 복용하는 의약품 성분 수에 비례한다.

일례로, 서로 다른 성분의 의약품 9개를 복용하는 사람은 4개를 복용하는 사람에 비해 낙상 위험이 3.3배 증가한다.

혈관성 치매, 당뇨 합병증인 말초신경병증 등 노인 질환이 있는 경우 낙상 위험이 증가하며, 환자가 복용하는 의약품 부작용으로도 낙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성분인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은 어지러움과 운동기능 장애 등을 일으켜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당뇨병 합병증인 말초신경병증 치료제 성분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도 어지러움과 운동신경 둔화로 낙상을 유발한다.

트라마돌 등 마약성 진통제, 아미트립틸린과 같은 삼환계 항우울제 등 신경계에 작용하는 성분도 낙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부정맥치료제와 이뇨작용·혈관확장 작용을 하는 고혈압약도 낙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약을 복용 중인 장노년층은 밑창이 미끄럼을 줄여주는 소재로 된 신발을 신고, 눈이 내려 길이 더욱 미끄러운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안전평가원 관계자는 "낙상만을 생각하고 복용 중이던 의약품 중단하는 경우 신경계 질환이 있는 환자는 해당 질환을 악화시켜서 오히려 낙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의약품을 임의로 빼거나 추가하지 말고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겨울철 낙상>

겨울철 빙판길은 어린이에게도 위험하다. 어린이가 낙상으로 손목, 발목, 팔꿈치, 무릎 등을 다치면 성장판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검사시킬 필요가 있다. 성장판을 손상시킬 수 있는 부위에 골절이 의심되면 사고 즉시 엑스레이 촬영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1~2주일 정도 지나서 엑스레이를 한 번 더 찍어보는 것이 좋다.

자녀의 겨울철 낙상사고를 막으려면 외출할 때 꼭 장갑을 끼는 습관을 길러주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넘어지면 고관절이나 머리 등을 크게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키나 스노우보드 등 겨울철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전에는 꼭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도록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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