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1심, 노조 승리. 기아차 "납득 어려워. 항소할 것"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08-31 13:57


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노조 측이 주장한 근로 시간 수 가운데 일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휴일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가산 수당 청구 및 특근수당 추가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하는 액수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로 기아차 측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 순이익을 거뒀고 당기 순손실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같은 기간 매년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정·경영 상태와 매출 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상호 신뢰를 기초로 노사 합의를 이뤄온 관계를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라는 결과가 발생하도록 방관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며 "이런 이유로 사측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기아차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특히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소송 판결금액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하고 소송 제기기간에 포함되지 않은 기간 등을 합산하면 이번 판결결과에 따라 기아차가 실제 부담할 잠정 금액은 총 1조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심 판결금액의 약 3배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유사 소송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완성차 업계는 물론 다른 업계의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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