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기관 고객 유치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나 지자체 금고 은행이 되면, 많게는 수십만 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대전과 강원, 충북, 충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의 금고 계약이 만료되고, 약 50여 곳의 기초 지자체도 금고 교체를 앞두고 있어 은행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와 올해 기업은행이 갖고 있던 중소기업청 연구개발(R&D) 사업화 전담은행과 한국폴리텍 대학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가져왔으며, 농협은행에서 건설근로공제회 주거래 은행 자리를 뺏어왔다. 또 농협, 우리은행과 함께 맡았던 충청남도 금고 자리에서 우리은행을 밀어냈다.
각종 공과금이나 지방세·국세 등을 받는 가상계좌 서비스 영업도 경쟁이 치열하다. 가상계좌로 받은 자금은 의뢰 기관에 넘기기 전에 일시적으로 은행에 유치되는 데 이자를 주지 않아도 돼 '저원가성 수익'으로 분류되고, 건당 300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도 생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근로복지공단과 협약하고 건설·벌목 업종 고용보험료 및 산재 보험료 납부를 위한 가상계좌 업무를 나눠 맡았는데 최근에 농협은행도 틈새를 비집고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국민은행은 경찰 공무원 대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저 연 1.9%의 대출 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고나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 되기 위해 금리 우대는 물론 해당 기관에 각종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내고 있는 것. 금융감독원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시중 은행이 지난해 대학과 병원,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낸 출연금과 기부금은 총 2095억원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은행들이 서민들에게 대출 이자나 각종 수수료 등으로 얻은 이익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업 경쟁이 일반 소비자의 각종 수수료나 대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