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9. 충북 청주시 서원구 '행복한 어린이집'
사회복지학 박사인 유 원장은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충북지회 배분분과위원을 맡아 4년을 활동했다. 그 전까지는 생각날 때마다 20만~ 30만 원씩 기부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아예 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 지금까지 매월 10만 원씩 내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10만 원, 10만 원 쌓인 돈이 벌써 1,000만 원을 넘었다.
"배분분과위원 시절 주로 한 일은 적정 배분을 위한 현장 확인과 평가 작업이었어요. 그때 나는 기부 안 하면서 남들 기부한 돈 배분만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보육 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의미 있는 기부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적으나마 시작하게 된 겁니다."
기부처도 눈높이에 맞춘다. 4~5세 어린이들은 시각적으로 도드라지는 구세군 냄비에 기부금을 넣어 오래 기억에 남게 하고, 6~7세 어린이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순회모금 때 기부하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기부 활동에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영상 자료를 만들어 기부금의 쓰임새를 알려준다.
또 봉사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려고 '또래 집단 관계 맺기'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일곱 살짜리와 다섯 살짜리, 여섯 살짜리와 네 살짜리를 짝지어 서로 돕고 위하는 생활 속에서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 "둘둘 짝지어 주면 서로에게 참 잘해요. 산책이나 물놀이 때 서로를 챙기고, 현관에서 신발도 벗겨주고 하죠."
유 원장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사)충청북도사회복지사협회 명예회장, 성화개신죽림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 여성정책위원장 등 갖고 있는 이런저런 직책만 봐도 그녀의 동분서주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같이 사회복지 관련 활동들이니 그녀의 움직임 자체가 봉사인 셈이다.
어린이집 챙기랴, 바깥일 보랴 몸은 힘들어도 그녀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자칫 이런 세월을 맞지 못할 수도 있었기에.
"IMF 때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도산한 가정이 속출하니 자연스럽게 보육료 못 내는 원생들이 크게 늘더라고요. 그 아이들도 당연히 안고 가야죠. 그러다 보니 98년부터 2년 동안 1억 원 넘는 손실이 생겼고, 교사들 월급도 못 줄 만큼 쪼들렸어요. 그걸 남편 수입으로 틀어막았죠. 솔직히 사명감 없었으면 문 닫았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더 악착같이 기부와 봉사 활동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기부는 거창하고, 뭔가 사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밥 먹고 차 마시듯 누구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옳은 거죠. 모두가 소득 범위 안에서 순수하고 편하게요. 그리고 그 어떤 기부와 금액도 왜곡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유 원장이 강조하는 '올바른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과 자세'다.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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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