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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野談(1) 수술실의 '갑' 마취과 의사

이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07-06 13:01


의료계는 일반인에게는 미궁의 세계이다. 아프면 불안하고 의사와 병원에 궁금점도 많지만 풀기란 어렵다. 알아두면 도움되고 읽으면 궁금증이 풀리는 의료계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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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으러 병원에 입원하면 누구나 온갖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여기에 온갖 검사가 이어지면 '수술을 볼모로 과잉진료당하는 거 아닌지' 경계심까지 겹쳐 항의하기도 한다. "전립선 수술하는데 흉부엑스레이를 왜 찍어요?" "백내장 수술에 심전도 검사가 무슨 필요인가!"

이런 검사는 수술 자체보다 마취과의 필요로 하는 것이다. 어느 병원이든 수술장에서는 마취과가 '갑'이다. 모든 수술은 마취과 의사가 OK해야 시작된다. 이를 "마취과에서 수술방을 열어준다"고 한다. 집도과에서 애걸복걸해도 마취과에서 수술방을 안 열면 소용없다. 이처럼 마취과가 갑인 이유는 환자의 수술 중 생명 유지를 마취과 의사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회장이 타고 있더라도 비행 중 안전을 위해 기내에선 기장이 절대 명령권을 갖는 것과 같다.

마취과에서 수술방을 열어주는 전제 조건이 전신마취에 대비한 수술전 체크다. '프리오피(pre-op)'라고 하는데, 혈압·혈액검사, 심전도검사, 흉부엑스레이 등이 기본이고 다른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 뿐 아니라, 환자의 전신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 담당과에서 다른 진료과의 의견도 받아서 마취과에 내야 한다. 이를 '컨설트'라고 부른다. 위암 수술이 예정된 외과 환자가 심혈관에 스텐트를 꽂고 있으면, 심장내과에서 "스텐트는 이 환자 수술에 리스크가 없다"는 컨설트 회신을 받아가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때 심장내과 의사가 별도 검사를 요구하면 시행해야 한다. 수술이 미뤄져도 어쩔 수 없다. 환자 나이가 많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을수록 필요한 컨설트도 늘어난다.

'바깥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프리오피와 컨설트 결과가 모두 도착할 때까지 마취과 의사는 수술방을 열지 않는다. 수술 중 환자 안전을 책임지는 마취과로서는 당연한 원칙이다. 그래서 외과 계열 수련의, 전공의들은 수많은 환자마다 수술 예정시각 이전에 프리오피와 컨설트 회신을 받아서 마취과에 '가져다 드리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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