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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과거를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이'가 시릴 때 바로 치과병원을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원인은 '사랑니'와 '칫솔질' 때문이다.
간호사 "선생님 진짜 발치하시려고요? 너무 위험해요. 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의사 "괜찮아요. 겨우 사랑니 한 개 빼는 건데요."
마취주사를 맞고 입을 다물지도, 말도 못하는 가운데 들은 이 이야기 때문에 순간 무서워졌다. 당시 간간히 언론보도를 통해 사랑니를 빼다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했던 터라 두려움은 더 컸다.
결국 의사의 강행으로 발치가 진행됐고, 무려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입을 벌린 채 고통을 참아야 했다. 기자는 이날의 일로 인해 치과를 멀리하게 됐다. 이후 딱딱한 누룽지를 먹다가 치아 옆이 갈라져도, 길에서 업어지며 치아 일부가 깨져도 치과는 절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부터 치아에 시린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주지적으로 반복됐다.
깨지고 금이 간 치아는 충치가 심해져 뿌리까지 손상이 생겼고, 잘못된 칫솔질로 많은 치아의 뿌리부분이 마모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미룬 깨진 치아도 문제지만, 옆으로 힘껏 사포질하듯 닦던 칫솔질이 더 큰 문제였다.
치료비도 무서웠다. 무려 3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청구됐다. 그때부터 여러 치과들을 돌며 소위 '의료쇼핑'을 시작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최대 450만원부터 최소 120만원까지.
그러던 중 마지막으로 방문한 치과에서 진료 후 원장 왈 "흠... 많은 치아가 손상됐군요. 치료비가 꽤 나오겠는데요."라며 "최대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제품들을 사용해도 30만원은 나올 것 같네요."라는 답을 들었다. 300만원이 넘는다는 치료비가 순식간에 1/10로 줄어든 것이다.
기존에 들렸던 병원들은 당시 가장 좋다는 제품들로 치료비를 산정한 것이고, 이 원장은 건강보험에 적용 받는 제품을 위주로 치료비를 산정한 것이다.
원장은 "요즘은(10년 전) 건강보험에 적용 받는 제품들도 기능은 물론, 미각적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평생 A/S도 해 준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그날부터 몇 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치료를 진행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잔고장(?) 한번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치료 후 이사를 한 곳이 우연히도 그 병원 근처라 지금은 조금이라도 입안이 이상하다 느끼면 퇴근길에 바로 찾아간다. 이 병원에서 새로운 칫솔질도 배웠고, 치과부분 치료에 대한 다양한 상담도 한다. 기자의 치과부문 주치병원인 셈이다.
몇 년 전에는 이 병원에서 사랑니 하나를 더 뺏다. 살짝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불과 30분 만에 모든 치료가 끝났다.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해소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랑니 발치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과병원으로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난이도가 높아 들이는 공은 많은데 수익성은 떨어져 최과계의 '계륵'으로 취급 받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동네 중소치과병원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계륵 같은 사랑니를 뽑아준다는 것은 실력도 있고, 의사로서의 마인드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랑니 발치를 해주는 가 아닌가를 병원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지난 2008년부터는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 치주과, 치과보존과, 구강내과, 구강악안면방사선과, 구강병리과, 예방치과 등 치과부문에도 전문의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치과의사들 중에는 전문분야가 아닌 사랑니 발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곳에 단골병원과 주치의를 만들라고 권했던 것처럼, 치과병원 역시 가까운 곳을 선택해 자주 방문하는 것이 큰 병을 막고 본인의 치아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