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6. 충남 아산시 신창면 '북한강쭈꾸미'
"아들만 살리면 열 배든, 백 배든 갚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10년 전 끔찍한 일을 겪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보름 만에 '대혈관전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심장병 판정을 받았다. 충남대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1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2차 수술을 앞두고 주치의로부터 전해 들은 말은 "가망 없다. 마음의 정리를 해라"였다. 같은 증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두 신생아가 차례로 유명을 달리하는 걸 보면서도 부모 마음이 다 그렇듯 "그래도 수술은 해보자"며 매달렸다.
"절망적이었습니다. 빚은 눈덩이처럼 커져 1억이 넘어갔고, 은행 신용등급은 최하위인 10등급까지 떨어져 동전 한 닢 빌릴 데도 없었습니다. 그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다니는 아는 동생이 지원금 얘기를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나중에 열 배든, 백 배든 갚겠다'고 다짐하며 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2차 수술로 고비를 넘기고, 3, 4차 수술로 마침내 아이를 살려냈다. 4차례에 걸친 대수술, 6개월여 중환자실 입원…. 사실 100만 원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100만 원은 100억 원보다 값진 정신적 희망이었다.
죽마고우의 도움으로 주꾸미전문점을 시작해 고전 끝에 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곧바로 '열 배, 백 배 갚기'에 나섰다. 아산시 신창면사무소를 통해 소년소녀 가장을 소개받아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기도 했고,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아이들을 위해 돈이 모이는 대로 면사무소에 100만 원씩 갖다 줬다. 지원받는 아이나 가족이 부담을 느낄까 봐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5년 전 어느 날 TV에서 가슴 미어지는 장면을 봤습니다. 학교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먹지 않고 있는 어느 초등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집에 있는 동생 갖다 주려고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결심했습니다. 빚은 다 갚지 못했지만, 조금씩이라도 돌려주자고요. 그래서 면사무소로 찾아갔던 겁니다."
임 대표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한 건 2015년 8월이다. 그때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매월 10만 원 기부'와 '매년 1,000만 원 기부'다. 착한가게 회원으로 매월 10만 원씩 내는 것 이외에 매년 1,000만 원을 따로 모아 내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첫해부터 실천에 옮겼다.
죽음을 목전에 둔 아들을 두고도 100만 원의 지원금과 후원 요청 방송 출연까지 한사코 거절했을 만큼 자존심이 강하니, 비록 속으로 다짐한 '열 배, 백 배'지만 사정 좀 나아졌다고 어물쩍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은 늘 부족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금을 조금씩 늘리려고 생각 중입니다. 솔직히 매년 1,000만 원씩 내는 게 생갭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치고 상경한 필자에게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담당자가 연락을 해왔다.
임 대표가 1,500만 원 약정과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서를 작성했다고.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기부자 클럽으로, 가입 후 5년 안에 1억 원을 내면 된다. '열 배'는 일찌감치 갚았고, 마침내 '백 배 갚기'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물론 착한가게 기부금 10만 원은 계속해서 낸단다.
아산=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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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