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5. 경남 함양군 '건강 100세 음식지구'
9세기 통일신라 말기 학자 최치원이 이곳 천령군 태수로 와서 조성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으로, 120여 종의 낙엽활엽수가 1.6km 둑을 따라 20~80m 폭으로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함양의 자부심이다.
'함양 건강 100세 음식지구'가 착한거리로 탈바꿈한 건 작년 2월이다.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내 첫 우수외식업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2014년 전국 우수외식업지구 경진대회에서 대상까지 안으면서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기부로 이어졌다. 경진대회 상금 1,000만 원 중 일부를 관내 장학금으로 내놓은 게 신호탄이었다.
애초 상림공원 일대에 자리 잡은 음식점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 경쟁까지 가열되면서 거리 분위기가 자못 심각했었단다. 다들 위기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딱히 어쩔 도리도 없는 상황이었고. 그때 함양군에서 제시한 게 바로 '경영개선 교육'이었다. 2012년도였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주도로 진행된 교육을 통해 상인들은 서비스와 경영철학은 물론 시대에 걸맞은 방향으로 메뉴와 식단에까지 변화를 줬다. 차츰 정보도 교환하고, 애로사항도 개선해 나갔다. 효과는 의외로 컸다. 매출은 눈에 띄게 치솟았고, 더불어 거리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그 따뜻해진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기부다.
사실 그 전에도 기부나 봉사는 했다. 함양군에 몇 차례 장학기금을 내기도 했고, 독거노인을 초청해 음식도 대접했으며, 가게에 돼지저금통을 마련해 모금된 돈을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있을 때마다 몇몇 가게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모든 가게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캠페인에 동참하게 되고, 음식지구가 착한거리로 지정되면서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들 세 회장은 "교육이 없었더라면 그저 그런 상가에 불과했을 것이고, 개개인의 욕심만 앞세운 경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연간 4~5회 친절교육을 받으며, 매월 셋째 목요일 회의를 통해 정보교환과 함께 다양한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 자신감이 붙으니 3년 후 이 지역에서 열리는 산삼세계엑스포를 기다리는 마음도 즐겁기만 하다. 기회를 잘 살려 착한거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더불어 기부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기부는 연말 행사가 아니다. 상시 할 수 있는 게 기부다", "적은 금액으로도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게 기부다", "착한가게, 착한거리를 발판으로 좋은 기부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들이 요즘 독특한 기부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일명 '사랑의열매 트리 만들기'다. 상림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기부에 동참하면 사랑의열매 배지를 나눠주고, 그 배지를 매달게 해 빨간 사랑의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트리를 완성하겠다는 행복한 생각이다.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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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