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필요없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과세 논란에 휩싸인 까닭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7-06-15 07:56


"담배 한 대 태울까?", "담뱃불 좀 빌려주세요"

이 대화 내용들은 현재 흡연자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듣기 힘든 말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 이른바 '찌는' 담배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본격 판매되면서 앞으로 '불이 필요 없는' 흡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연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혁명적'이라며 관심을 끌고 있고, 담배회사들은 '덜 해로운' 제품이라는 취지로 판매하거나 판매 예정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의 3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을 인상할 움직임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또 다른 증세'가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이코스 흥행에 담배회사들 '예의주시'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말보로를 제조·판매하는 글로벌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7일부터 히팅 방식의 신제품 '아이코스(IQOS)'를 국내 판매중이다. 아이코스는 담뱃잎으로 만든 고체형 스틱(막대)인 '히츠(HEETS)'를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전기로 가열하는 방식의 궐련형(종이에 담뱃잎을 싼 형태) 전자담배다.


아이코스에 사용되는 고체형 스틱은 일반 궐련형 담배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찌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로 인해 연기나 재, 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을 필립모리스는 강조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히츠 한 개피의 니코틴 함량은 0.5㎎으로 일반 궐련형 담배와 비슷하지만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애연가들 사이에서 아이코스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업소인 CU편의점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이코스를 사용해 본 A씨는 "일반 담배와 맛은 비슷하지만 유해물질이 적게 나온다니 건강에 덜 나쁠 것 같다"면서 "기존 궐련 담배의 대체제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애연가인 B씨 역시 "금연을 시도하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 아이코스를 구입했다"며 "연기도 적고 담배 특유의 냄새도 거의 없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한국필립모리스측은 "담배 관련 질병은 니코틴이 아니라 담뱃잎이 타면서 발생하는 타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코스 전자장치 본체 가격은 12만원이며, 본체에 들어가는 스틱형 담배 '히츠'는 20개 한 갑 기준 4300원에 판매중이다.

이처럼 아이코스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또다른 글로벌 담배업체인 BAT도 오는 8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히팅 기기인 글로에는 '네오스틱'이라는 전용 담배가 사용된다. 국내 판매가격은 미정이지만 아이코스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업체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개발 중에 있지만 출시 시기는 좀 더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담배업체 JTI는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에 보수적이다. JTI코리아측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 전자담배 '로직 프로'의 판매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당분간 액상형 전자담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유해성 제기에 애매한 과세 규정도 논란

이처럼 주목 받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최근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 아우어(Auer) 교수팀은 최근 저명 의학협회지 '내과학'에 아이코스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체내에 축적되는 유해물질인 아세나프텐은 일반 담배보다 3배 많았고 니코틴은 84% 수준이었다. 또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크롤레인 수치는 크게 차이가 없었고 벤조피렌만 6% 수준으로 적게 검출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에 대해 아이코스를 판매중인 필립모리스측은 "잘못된 실험 방식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아우어 교수팀은 자체 제작한 검증되지 않은 실험기기를 통해 분석하고, ISO(국제표준기구) 등 국제기관이 정한 실험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배 넘게 검출된 유해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아세나프텐의 경우, 인증받은 본사 실험 결과 아이코스 증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아우어 교수팀의 실험방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아세나프텐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국제 보건기관들이 정한 유해물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관할 당국인 보건복지부는 아이코스의 유해성을 검증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또한 아이코스가 먼저 출시된 해외 19개국의 연구 결과와 규제 등 자료를 모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유해성 우려 외에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애매한 '과세 규정' 때문에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국내에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인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명확한 과세 기준이 없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1327원으로 관세를 포함해 2000원 정도로 일반 담배 세금의 45.5%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실화 되면 거의 2배 가까운 세금인상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담배업체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일반 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며 "이로인해 다른 국가에서는 일반 담배와 구분해서 과세를 하는데 한국에서만 같은 수준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 담배 수준까지 올린다면 2년전 담뱃세 인상처럼 또다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이달 초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사진)가 본격 판매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근 제기된 '유해성' 주장과 과세기준 논란 등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

BAT가 오는 8월 국내 출시 예정인 '글로'. 사진 제공=BAT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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