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부른 다리통증 '버거씨병', 혈관개통술로 치료

정유나 기자

기사입력 2017-05-31 09:26



직업군인 박 모씨(41)는 지난여름 오른쪽 종아리에 갑작스런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한 번 시작되자 멈추지 않았고, 발까지 아플 정도로 심해졌다. 서너 군데 병원을 전전하고서야 '버거병(버거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말초혈관이 좁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평소 담배는 좀 피웠어도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오던 그는 생소한 병명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병명을 알기도 어려웠지만, 제대로 치료받기는 더 어려웠다. 종합병원에 두 달 가까이 입원하면서 혈관확장제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뒤늦게 혈관전문센터를 찾았을 때, 박 씨의 상태는 더 심각해져 있었다. 오른쪽 무릎 동맥이 막혀 발가락이 괴사직전이었던 것. 박 씨는 이후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관개통술을 받고서야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의사는 앞으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추가적인 시술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버거씨병(Buerger's disease)은 혈관질환의 하나로, 폐쇄성 혈전혈관염으로도 불린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손과 발의 말초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서 심한 통증과 한랭감이 느껴지는 병이다. 오랫동안 방치하면 손발의 피부조직에 궤양이 생겨 괴사하고 결국엔 절단까지 해야 한다.

버거씨병의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45세 이하의 젊은 남성 흡연자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민트병원 혈관인터벤션센터 배재익 원장은 "담배는 가장 강력한 혈관수축제로, 흡연을 할 때마다 동맥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진다"며 "특히 담배에 혈관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특성, 소위 '담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흡연을 하면 버거병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버거씨병 발병률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버거씨병 진료인원은 지난 2008년 4067명에서 2015년 4752명으로 8년새 16.8% 증가했다. 이 중 남성이 71.4%를 차지했다.

가장 효과적인 버거씨병 예방 및 치료법은 단연 금연이다.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라면 혈관확장제, 항혈전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할 수 있으나 증상 개선에 조금 도움이 될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이 밖에 병변 주위로 혈관 상태가 양호한 환자라면 다른 부위의 혈관을 떼다가 막힌 혈관에 붙이는 혈관우회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줄기세포이식 치료는 더 많은 샛길 혈관이 자라게 유도하는 방법이지만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실험단계 치료라는 한계가 있다.

혈관성형술은 혈관 속으로 길을 찾아 막힌 혈관을 개통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원래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다리 동맥 협착과 폐쇄에 주로 적용돼왔으나, 버거병 치료에 탁월함이 입증되면서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회복이 빠르고 치료효과가 뛰어나 기존의 수술 치료를 대신할 기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됐으며, 현재는 1~2mm 직경의 가느다란 혈관까지 넓힐 정도로 기술이 진보했다.

이 시술은 혈관조영술과 동시에 진행된다. 영상진단장비로 혈관 분포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주삿바늘 정도의 최소 절개로 카테터(의료용 도관)를 삽입한 뒤, 문제 혈관에 풍선관을 부풀려 혈관을 확장한다. 실제 막힌 혈관까지 찾아들어가는 과정이 까다롭고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대학병원급 장비를 갖춘 혈관전문센터에서 영상진단과 시술에 숙련도가 높은 인터벤션 영상의학 전문의가 맡아 진행한다.


배재익 원장은 "버거씨병은 혈관개통술 후에 약물치료와 운동 등 보존적 요법을 잘 병행하면 혈관이 다시 튼튼하게 굵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쪽에 버거씨병이 발생한 경우, 종아리 아래쪽이나 발에 건강한 혈관이 일부라도 남아있다면 충분히 혈관개통술을 시도해볼 수 있으며 성공률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민트병원 혈관인터벤션센터는 버거씨병, 당뇨발 등 만성적인 다리동맥질환 치료와 투석혈관 조성술 및 개통술에 특화된 혈관전문 의료기관이다. 시급을 다투는 투석혈관 질환의 경우, 인터벤션(혈관 내 치료) 시술과 기존 외과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치료로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강점이다. 민트병원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으로 확장 이전하고 의료장비와 전문인력을 확충해 서비스의 질을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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