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목'은 채찍처럼 휜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4-17 13:59


직장인 류모씨(30)는 최근 여자친구와 만난 지 1주년을 기념해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던 중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가벼운 접촉사고라 몸에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여행 기분을 망치기 싫다는 생각에 치료를 미뤘다. 하지만 1주일 정도 지난 뒤 멀쩡했던 목과 머리 주변에 원인 모를 통증이 느껴졌고 어지럼증까지 동반됐다. 운전과 업무에 지장이 생길 만큼 증상이 자주 나타나자 인근 한방병원을 찾았고 교통사고후유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시기지만 춘곤증과 급증한 교통량 탓에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시기기도 하다. 교통사고를 겪으면 당황스러움과 공포감에 휩싸여 아픈 부위를 제대로 체크하기 힘들다. 골절이나 출혈 등이 없으면 대충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교통사고후유증은 짧게는 3~4일, 길게는 수개월이 지난 뒤 나타나므로 예의주시해야 한다.

박재연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원장은 "눈으로 보이는 증상이 없다고 무작정 방치하면 통증이 만성화되고 척추·관절질환의 유발 및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고 순간 목 경추뼈가 뒤로 젖혀졌다가 앞으로 구부러지는 과정에서 경추와 척추는 물론 이와 연관된 인대와 신경, 추간판(디스크) 등의 위치가 갑작스럽게 변하며 통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선 교통사고후유증을 어혈(瘀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어혈은 피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고 응집된 것으로 목·어깨·허리·무릎관절과 척추 주변에서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통증, 몸살, 구역감 등을 초래한다.

교통사고후유증 중 가장 흔한 게 경추부염좌와 요추염좌다. 평균 6.5㎏에 달하는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목이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뒤로 젖혀지면 척추 인대와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압박을 받은 신경이 부어오른다. 이후 목이 앞으로 돌아올 때 척추, 인대, 디스크가 다시 앞으로 뻗치는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되고 최종적으로 정상적인 목뼈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이렇듯 목이 채찍처럼 앞뒤로 흔들려 발생하는 후유증을 '채찍질 손상(Whiplash injury)'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강한 충격은 요추(허리뼈)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추 손상처럼 사고 직후에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외부충격 탓에 허리의 추간판이 한쪽으로 밀려나와 주위 신경을 압박하면 척추전만증, 척추전방전위증, 퇴행성디스크, 추간공협착증 등 척추질환이 동반된다. 심하면 골반이 뒤틀리면서 다리 길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주로 한약과 침구요법, 약침요법, 약물요법, 추나요법 등으로 통증을 개선한다.

침을 이용한 침구치료는 근육, 인대, 뼈의 기혈순환과 근육이완을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통증이 심할 때 병행하는 부항요법은 특정 부위에 모인 혈액을 몸 밖으로 압출시켜 어혈과 뭉친 근육을 푸는 데 효과적이다. 한약은 장기의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몸 전체의 기혈을 순환시키며, 척추·근육·인대를 강화해 준다.


광동한방병원은 이 같은 한의학적 치료에 영상의학과와 정형외과, 내과 등 양방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보다 면밀한 근본치료를 시행한다.

박재연 원장은 "교통사고후유증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심리상태도 개선해야 한다"며 "교통사고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므로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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