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행복하다. 침묵을 깨는 로라의 한마디에 우리는 한참 웃었다. "우씨, 행복은 졸라 멀리 있는 거였어!"….
'지금, 우리, 남미'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지구 반대편 남미 6개 나라의 전혀 새로운 일상 속에서 삶의 행복을 새롭게 정의해가는 그녀들의 유쾌한 수다와 따스한 시선이 가득한 글과 남미의 장엄한 풍광을 세심하게 담아낸 사진으로 가득하다. 레나(홍아미), 사나(박산하), 로라(양헤선)는 남미 6개국 20여 개 도시를 90여 일간 찬찬히 밟아가며 타국에서의 일상을 촘촘히 기록했다. 한국에서의 고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세 작가의 우정은 남미라는 새로운 공간에 도착하자 마음껏 현재를 즐기고, 젊음을 발산하며, 끝없이 도전하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재미있어", "행복해"라는 말을 뜬금없이 내뱉고, 사소한 장면 하나에도 감동받는다. 한국에서의 일상 속에서는 걱정과 후회뿐이던 대화는 이곳에서 감탄과 행복과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20대 젊음의 혈기가 사회생활의 고단함과 현실의 냉혹함 앞에 한풀 꺾이며 맞이한 30대. 삶의 목표와 꿈의 크기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찾은 남미에서, 그녀들은 남은 인생을 살아갈 용기와 일상의 행복,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깊이 체험한다. 다시 새로운 열정을 지피기 위해, 남은 인생을 더 빛나고 아름다운 것으로 채우기 위해 함께 떠난 여정에서 그녀들이 만난 풍경과 사람들과 우여곡절의 사건들을 통해 그녀들은 또 한 차례 성장하고 자극받는다. 첫발을 내딛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들었던 열정적인 탱고 음악, 장엄함이 뭔지 실감할 수 있었던 이구아수 폭포, 그리고 밤하늘과 호수를 빼곡히 수놓은 별무리가 환상적이었던 볼리비아의 우유니, 장엄한 세월을 품은 페루 마추픽추의 비경 앞에서는 관음증 환자처럼 황홀해하고, 스쳐지나가며 마주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는 낯선 삶들을 이해하게 되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과 대면해서는 그 속에 담긴 삶의 숨겨진 의미들을 기어이 찾아낸다. 400년 동안 내린 눈이 거대한 빙하가 되어 눈앞에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릴 때, 해발 4700미터의 고산 트레킹 끝에 만났던 69호수의 아름다움을 목격했을 때, 얼마 전 용암이 분출하여 연기가 폴폴 나는 화산을 바라보던 순간의 아름다움 앞에서는 그저 순간의 아름다움에 온전히 몸을 적신다. 그 황홀했던 순간들을 포착해낸 사진과 세 작가가 함께 쓴 진솔하고 따스한 글들이 남미 여행의 매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발이 부르트고 몸이 고달파도 걸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그 황홀한 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지금, 우리, 남미'는 남미의 매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에세이와 여행을 위한 정보와 꿀팁이 가득 담긴 생과일주스 같은 책이다. 30대 세 여행자가 들려주는 상큼함 톡톡 튀는 남미여행기를 읽다 보면, 당장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