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코리아, 중고차보다 싼 신차?…'땡처리식 할인' 논란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7-02-15 08:34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이하 FCA코리아)가 '결함 은폐 의혹'과 '땡처리식 할인'으로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FCA코리아는 연식변경을 앞둔 피아트 브랜드의 소형 SUV(Sports Utility Vehicle) '500X'를 30% 가량 할인해 판매했다. 결국 중고차 값이 오히려 신차보다 높은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할인전 500X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값주면 바보'라는 푸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말에는 FCA코리아의 한 딜러사가 훼손차량을 신차로 판매하고 '나몰라라식' 태도를 보이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소비자와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사장은 지난 13일 "올해 두 자릿수 성장하겠다"고 밝혀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고차보다 싼 신차…'제값주면 바보'?

14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2월 들어 2016년형 피아트 500X에 대해 30% 가까운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최소 910만원에서 최대 1190만원이 할인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가솔린 모델인 500X 팝스타 2990만원에서 2080만원에, 디젤 모델인 500X 크로스는 3580만원에서 2490만원에, 최상위 디젤 트림인 500X 크로스플러스는 3980만원에서 279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물론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 싸게, 더 많이' 할인해주는 프로모션 행사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할인 행사전에 이미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금전적 손해 등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 SK엔카에 따르면 2016년 3월식 무사고 피아트 500X 2.0 디젤 크로스플러스 모델(주행거리 약 1만4000㎞)은 매매가 3230만~3240만원에 게시돼 있다. FCA코리아가 이달 파격 할인해 판매하는 2790만원보다 무려 44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결국 신차보다 되레 비싼 중고차가 해당 가격에 판매될 리는 없어 소유주들의 금전적 손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존 구매자들은 "할인전 차량을 샀는데 무슨 날벼락이냐", "호갱된 느낌이다", "너무 무책임한 처사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수입차업계 관계자도 "보통 연초에 할인행사를 많이 진행하지만 30% 수준의 할인 프로모션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들쭉날쭉한 차량 가격으로 '제 값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이럴 거면 애초부터 더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FCA코리아가 판매하는 차량의 가격에 거품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FCA코리아는 재고 소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연식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다른 경쟁사들이 할부나 리스 등을 통해 1000만원 가까운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등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예년보다 큰 폭의 할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예측 실패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 못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피아트 500X의 판매량은 10개월간 300대 수준에 그쳐 당초 판매목표인 1200대를 크게 밑돌았다. 결국 연간 판매량의 3배 가까이 되는 물량이 올해 초에 '재고 떨이'로 전락한 셈이다. 한 딜러사에 따르면 재고 물량 700여대가 프로모션 3일만에 계약된 데다 혹시 예약 취소가 있을지 몰라서 대기하는 고객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FCA코리아의 파격 할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전년에 출시된 피아트 500 모델을 200대 한정해 1000만원 가량 할인 판매한 바 있다. 해당 모델의 출시 가격이 299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160만원(38.7%)이나 할인해 판매한 셈이다.

이같은 반복적인 할인행사에 대해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 B씨는 "FCA코리아의 차량은 되도록 늦게 사는 게 돈 버는 방법"이라며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할인의 반복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를 하지 않고 기다리게 된다"며 "이는 또다시 할인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훼손 차량, 신차로 판매…논란일자 뒤늦게 합의 시도

이에 앞서 FCA코리아는 훼손된 차량을 새차로 판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보배드림 등 온라인게시판에 피아트 500C를 구입한 C씨는 '피아트, 훼손차량 판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차량을 인도받을 당시 도색과 일부분의 이상을 느꼈지만 딜러는 "문제없는 차량"이라고 주장했다. 며칠 후 C씨는 운전석 도어 안쪽 철판이 찢겨 있고 휀다 부분도 재도색을 한 듯한 흔적을 발견했다.

차량상태를 확인한 딜러는 죄송하다면서 차량을 교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주일 가량 후 차량을 판매한 해당 딜러사는 "사고차량이 아니므로 신차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하고 수리만 해주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또한 보상차원에서 엔진오일 쿠폰을 제시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FCA 코리아는 뒤늦게 소비자와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섰다. FCA 코리아 관계자는 "거의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사장은 지난 13일 "올해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10~12% 성장이 전망된다"며 "FCA 코리아는 신차 모델들을 투입, 이를 넘어서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차 출시도 중요하지만 먼저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를 읽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재고떨이식 판매와 사후 대처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FCA코리아)가 2월 500X를 대상으로 30% 수준의 파격 할인행사를 실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고차 값이 오히려 신차보다 높은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 값주면 바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FCA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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