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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활약 중인 정호익 조교사(51)가 데뷔 11년 만에 300승을 달성했다. 감격스런 선물을 안긴 건 '블랙카이저(미국·3세)'. 그간 부진함을 떨쳐낸 가벼운 걸음걸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정 조교사의 '못다 핀 꽃'을 살짝 피워줬다.
본인이 운영하는 밴드(네이버 어플) 회원들에게 꾸준히 공지를 해왔을 정도로 정 조교사는 그간 300승 달성을 염원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열정 덕분에 정 조교사는 스스로가 밝혔듯 '비싼 말'이 없음에도 매년 빼어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도 승수로만 따지만, 서울 조교사 중 5위에 랭크돼 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인복(人福)"을 꼽았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경주마를 돌보는 관리사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300승 역시 "발가락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블랙카이저'를 훈련시켜준 김진완 조교승인이 없었다면 달성하기 힘들었다"고 정 조교사는 밝혔다.
"기수 생활하다 부상한번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정 조교사는 기수로서 경마팬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년 동안 크고 작은 부상이 떠나질 않았다. 허리와 목 디스크 수술은 물론, 경주 중 탈골로 어깨가 빠진 적도 있다. 부상이 늘 따라다닌 탓에 기수로서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301승. 기수로서 정 조교사의 최종 성적이다.
우연의 일치할까? 조교사로서 그가 달성한 기록도 공교롭게 301승이다. '블랙카이저'에 이어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뉴캐슬(한국·3세)'이 1승을 추가한 덕분이다. 그는 "기수로서 19년, 조교사로서 11년간 거둔 성적이 602승이다. 은퇴 때까지 1000승은 채울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정 조교사의 애창곡은 '못다 핀 꽃 한 송이'다. 최고의 기수를 꿈꾸며 경주로에 섰지만 갖은 부상에 시달리며 화려하게 꽃 피우지 못한 회환이 담긴 노래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로 노래 실력도 썩 괜찮은 편(웃음)"이라며 "아직도 활짝 폈다고 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살짝 핀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고마운 사람도 많은 정 조교사. 그는 "백국인 마주, 박남성 마주, 박정재 마주 등 믿고 경주마를 맡겨준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며 "나를 믿고 힘을 보태준 마방식구들과, 늘 응원해주시는 경마팬들도 마찬가지"라고 감사를 표했다.
언젠가 활짝 필 그날을 기대하며 정호익 조교사는 오늘도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습관처럼 흥얼거리며 경주로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