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의 국내 지도 국외 반출 여부가 이달 중 결정된다. 구글은 지난 8월 기능이 대폭 제한된 한국판 구글맵 수정을 위해 지난 2007년 국내 지도 반출을 거부당한지 10년 만에 국내 정밀지도를 국외로 가져가겠다고 신청했고,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당초 심사시한을 넘겨 5개월 이상 추가 심의를 진행해 이달 중 최종결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정부는 안보시설삭제를 통한 반출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구글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업계 일각에선 구글의 지도 데이터 관리 센터가 해외에 위치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조세회피 가능성도 제기중이다. 현 상황대로라면 구글의 국내 지도 해외 반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최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협의체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국우선주의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미국 대선에 승리하며 한·미 통상 분쟁의 위험성이 커진 점이 논의의 '깜짝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만큼 지도 반출을 무조건 반대하다가는 자칫 향후 미국 측이 지식재산권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기업에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측은 그동안 안보문제를 앞세워 한국 정부 측이 지도 일부의 이미지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검열' 이라고 주장해온바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안보 문제에 필적할 만한 근거로 '소비자 편익과 국내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 지도의 해외 반출이 허용될 경우 해외의 구글 맵과 같이 도보, 자동차 길 찾기 등 다양한 구글 지도 기능 이용이 가능해져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도 맵을 활용해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득이 될 것이란 게 구글 측의 주장이다.
구글은 미국·네덜란드·대만 등에 흩어진 '글로벌 서버'에 지도 데이터를 넣어 각국의 구글맵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껏 정부 규제로 지도를 국외의 글로벌 서버로 반출할 수 없어 한국판 구글맵은 외국 서비스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진다. 한국만 국내 임시 서버를 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보·자전거 길 찾기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 ▲실내 지도 ▲3차원 지도 같은 고급 기능을 전혀 쓸 수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과 구글의 입장 모두 잘못된 얘기는 아닌 만큼 국내 지도 해외 반출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IT업계의 생태계 발전 정도를 협의체가 면밀하게 검토한 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측이 IT업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아직 들어서지도 않은 미국 차기 정부를 의식해 '알아서 고개 숙이기' 식의 대체는 한미 통상 분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