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임차인들의 자금마련을 돕겠다며 내놓은 해법이 '전세자금대출 표준안내서'다. 하지만 여전히 집주인의 불이익은 해소되지 않은 채 은행권만 고려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않은 경우 전세보증금에 우선변제권(질권)을 설정한 금융사가 집주인을 상대로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금융사 몰래 집주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은 30대는 무죄 선고 받았다. 반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1억6000만원을 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세입자가 갚지 않은 전세대출금 1억2000만원에 대한 변제책임까지 이중으로 지게 됐다.
표준안내서는 "질권이 설정되거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양도가 이뤄진 경우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반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즉, 세입자가 아닌 은행에 보증금을 돌려주기만 하면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도 아닌데 집주인이 복잡하게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가 되는 '전세자금대출'에 동의해줄 의무가 없다"며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은행권의 편의를 위한 대안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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