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계속해 오던 한우 가격이 마침내 꺾였다.
한우의 경우 수년째 공급이 계속 줄고 있어 가격 하락 요인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까지 나서서 암소 감축 사업을 시행하면서 한우 공급량은 크게 줄었다. 송아지 생산에서 한우 고기로 출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리다 보니 사육 마릿수 감소의 여파가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되면서 가격이 치솟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불과 한 달 새 상황이 바뀐 것이다.
가장 비싼 등심의 가격은 9월 3주(9월 19~23일) 100g당 8046원에서 10월 4주(10월 24~28일) 7996원으로 0.6%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갈비의 경우 오히려 법 시행 이전(100g당 4904원)보다 가격이 4% 증가한 510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우 선물세트 판매 부진 등을 가정용 판매로 만회하려는 유통업체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도매가가 하락하는 틈을 타 유통마진을 최대한 남기려는 유통업체들의 시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도매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같은 양을 팔고도 받은 돈은 줄고, 비싼 소비자 가격 탓에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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