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생리'와 '조기폐경'의 원인은 '스트레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6-10-30 16:05


여성에게 생리란 너무 불편해서 '없었으면' 하고 생각하다가도 소식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애증'의 존재다. 최근 예상 외로 일찍 생리가 완전히 중단되는 '조기폐경'으로 우울감에 빠진 여성이 적잖다.

조기폐경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것을 통칭한다. 유병률이 의외로 낮지 않다. 30대는 100명 중 1명에서, 20대는 1000명 중 1명에서 발생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실제로는 더 젊은 나이에 폐경을 맞는 여성이 적잖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여성들은 심한 충격을 받는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결혼했지만 아기를 갖지 못한 여성은 '앞으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 분노감, 상실감이 겹쳐져 우울증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조기폐경은 보통 특발성이고, 치료받으면 회복되기도 하므로 '조기 난소부전'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다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진행 속도가 점점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5세 이전에 폐경 된 경우 유전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염색체검사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기폐경은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고 '전조증상'을 보이는 만큼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빨리 발견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대표적인 증상은 월경량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월경량 변화로 사용하는 생리대 수가 현저히 줄어들거나, 생리주기가 길어진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 없이 월경을 3개월 이상 정지됐다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유전적 문제가 아닌 경우 대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자궁 간 호르몬 밸런스가 깨지며 나타난다.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심한 운동, 종양 등 시상하부 기능 저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태준 원장은 "실제로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생리가 몇 달씩 끊기는 경험을 해본 여성이 적잖다"며 "시상하부는 감정의 영향을 받는데, 이 기관은 자율신경계뿐만 아니라 주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도맡고 있어 충격이나 스트레스 강도가 높으면 정상적인 조절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상하부의 조절능력이 저하되고 뇌하수체에서의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 부정출혈이 생기거나, 생리가 끊기거나, 배란장애가 나타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항암치료, 방사선요법, 자궁수술 등 부인과 수술을 받은 뒤 난포수가 빨리 감소해 난소 기능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조기폐경이 유발될 수도 있다. 난소로 가는 혈류가 원활치 못하다는 보고가 있어 스스로 생리주기를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

조기폐경이 의심되는 경우 간단한 혈액검사로 자신의 AMH(Anti-Mullerian Hormone, 항뮬러관호르몬)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김 원장은 "AMH는 여성의 난소 속 동난포(미성숙난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라며 "해당 수치가 높으면 난소 안에 배란될 난포들이 많다는 의미이며, 낮은 경우 배란될 난포가 적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여성은 AMH 4~5, 35세 이상은 3.0이하, 40대에는 1.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AMH 0.5~1은 폐경 이행기, AMH 0.5이하인 경우 폐경으로 본다. 단 6점대 이상이면 필요 이상으로 배란이 억제된 것으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초음파검사를 병행하면 더욱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폐경이 될 즈음에는 탁구공 만했던 난소가 호두 크기 정도로 작아진다.

폐경이 너무 이르면 호르몬 변화로 합병증을 겪을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홍조, 질건조증으로 인한 성교통, 골다공증 등을 이른 나이에 빨리 겪게 된다. 골 소실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칼슘·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

조기폐경을 겪는 경우 일반 폐경보다 유방암 위험도는 낮아지지만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확률은 현저히 높아진다. 폐경 연령이 1년 낮아질수록 심혈관질환의 상대적 위험도는 증가한다.

조기폐경에 이르면 정상적인 배란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자연 조기폐경 환자 중에는 난소 기능이 일시적으로 회복될 때 자연 임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난자를 공여 받아 시험관아기를 시행해야 임신할 수 있으며, 이조차 어려운 상황도 있다.

평균 자연 폐경 나이인 만 50세까지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대개 끊어진 생리를 다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여성호르몬을 투여 받는다.

김태준 원장은 "호르몬요법은 조기폐경 증상 개선에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호르몬 치료를 통해 발생한 생리는 배란성 생리가 아닌 '소퇴성 출혈'인 만큼 이를 중단하면 생리가 멈추게 된다"며 "결국 호르몬 제제를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만큼 이에 취약한 사람은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치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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