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에 빛나던 아모레퍼시픽이 왜 이러나."
사실 아모레퍼시픽 전체 매출에서 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5조6612억원으로 이 중 치약 매출은 약 600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장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겠으나, 자칫 잘못해 이번 일이 기업의 신뢰도 추락으로 연결될 경우 국내외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온 아모레퍼시픽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외에서 별다른 오점(汚點)없이 무결점에 빛나던 아모레퍼시픽이라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도 "치약 제조에 CMIT·MIT이 들어간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각에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새누리당)은 "CMIT/MIT가 화장품과 샴푸 등 생활화학용품에 살균제 및 방부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던 것을 감안하면, 30년 넘는 기간 동안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사용해 치약을 제조해왔던 아모레퍼시픽이 함유된 사실을 모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장품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2호' 및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5호'도 제조업무 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제조관리기준서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문제가 된 것. '진균수 시험'에 있어 최소 5일간 배양한 후 진균수를 측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해당제품의 완제품 시험 성적서 및 미생물 시험일지에 따르면 정해진 배양기간보다 짧은 기간 동안 배양한 후 이를 토대로 시험결과를 작성하고 적합 판정하여 출하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 바람을 등에 업고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해온 아모레퍼시픽이 외형적 성장에 '심취'해 정작 내수시장의 품질 안전 관리에 있어선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 8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그룹 이미지와 브랜드 신뢰도를 구축해왔으나, 이번 일련의 사태로 인해 일순간에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바래게 됐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측은 "CMIT 등 함유 성분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체크하지 못했다"며 "현재 사용 중인 원료에 대해 전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식품산업에 준하는 엄격한 품질 및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향후 원료에 대해 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의 행정처분과 관련해 "제조 과정 중 절차 규정에 대한 준수가 미흡하여 내려진 사안"이라며 "향후 제조 절차 규정을 보다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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