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버리는' 저장 강박 vs '못말리는' 정리 강박?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6-10-03 21:14



최근 MBC 다큐스페셜 '버리기의 기적'에서 집안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사례들과 한달 후 달라진 모습이 소개돼 화제가 됐다. 특히 '건물주'가 밖에서 남들이 버린 물건을 집어와 집안이 가득찬 모습 등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위한 '버리기 열풍'에 더 불을 붙였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잘 쓰지 않는 10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가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정리와 관련된 책은 물론 '정리 컨설턴트'에 대한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이와 관련,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과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야만 하는 '정리 강박'에 대해 알아봤다.

'못버리는 병' 저장 강박

저장 강박은 물건의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것이다. 저장 강박은 젊은층보다 노인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대에 시작된 저장행동이 세월이 지나면서 만성화·심화되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도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게 하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젊은 여성들의 속풀이가 '단골 주제'다. 어려운 시절을 지낸 어르신들이 '아까워서' 버리기를 거부한다고는 하지만, 유독 필요없는 잡동사니를 쌓아놓는 정도가 심하다면 '저장 강박'을 의심해볼 만 하다. 이로 인해 집안에 심각한 위생 문제가 발생하고, 가족들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집안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저장 강박과 우울증은 비슷한 성격의 질환으로, 두가지 증상이 동반되는 케이스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결벽증과 '같은 듯 다른' 정리 강박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과 달리 모든 물건을 깔끔하게 정돈해야 하는 '정리 강박'도 있다. 서장훈·노홍철 등 유명인들이 "결벽증이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는데, 결벽증과 정리 강박은 차이가 있다. 결벽증은 '오염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것이고 정리 강박은 '질서·규칙이 흐트러지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온다. 조철현 교수는 "결벽증과 정리 강박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일수록 강박 증세를 보이기 쉽다"고 말했다.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강박 성격'이 반드시 '강박 증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러한 성향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 유전적 요인, 뇌 기능 이상, 외적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성별에 따라서 이러한 강박 증세가 특별히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치료법은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가벼운 결벽증이나 정리벽은 질병으로 진단하지 않지만, 정도가 심해져 사회생활이 힘들거나 몸이 너무 피곤한 경우 치료를 권한다. 이러한 강박증에는 일반적으로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를 우울증 처방의 2배 이상으로 쓴다. 그러나 저장강박은 임상적 데이터가 적어서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반면에 '인지행동치료'는 저장 강박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를 강박을 느끼는 환경에 의도적으로 노출해 강박 행동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증상 별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조철현 교수가 소개한 대표적인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저장 강박의 경우 우선 오염이나 위생 문제 등을 생각해보도록 해서, 저장하는 행위가 '비합리적임'을 인지시킨 후 단계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평가를 해나간다. 같은 상황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치료를 진행한다. 정리 강박에 대한 치료는 우선 너저분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그러한 상황에 노출시키고 정리를 못하게 막는다. 이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아무 일도 안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늘려간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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