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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국제경주 '코리아컵'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경마 역사상 가장 높은 상금, 세계 최고 경마강국들의 참여로 코리아컵은 시작 전부터 국내외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한국경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성과를 이뤘을까.
허울뿐인 대결도 아니었다. 각국의 경주마 능력을 비교할 땐 국제 레이팅을 참고하는데, 통상 주요 경마국가 상위 5%에 해당하는 경주마들이 100이상의 국제 레이팅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컵 외국 출전마 중 국제 레이팅 100을 넘지 못하는 경주마는 전체 14두 중 단 3두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 출전마들은 전체 18두 중 오직 3두만이 국제 레이팅 100의 벽을 넘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초호화 월드팀에 한국팀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일부 경마팬들 사이에서는 '정작 한국은 판만 깔아주고 재미는 다른 나라가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첫 번째 경주였던 '코리아 스프린트'에서는 '마천볼트'가 영화 같은 추입을 선보이며 준우승을, '페르디도포머로이'가 시종일관 경주를 리드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어진 '코리아컵'에서도 김영관 조교사의 애마 '트리플나인'과 '파워블레이드'가 3, 4위를 차지하며 한국 경마관계자들과 경마팬들의 자긍심을 한껏 고양시켰다.
이색 한류상품 '경마수출'에도 순풍
'경마중계 수출국 확대'도 한국마사회가 이번 코리아컵을 통해 거둬들인 큰 성과 중 하나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1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경마중계 수출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에만 경주 수출을 통해 387억원의 해외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마사회는 코리아컵을 통해 홍콩, 아랍에미리트, 일본, 영국 등 출전국과도 새로 연을 맺었다. 홍콩과 마카오, 아랍에미리트에는 경주실황을 송출했으며, 그 외 영국과 아일랜드, 일본에는 녹화영상을 제공했다. 비록 녹화영상이긴 하지만 각국 경마시행체, 경마전문 TV 등을 통해 한국경마를 알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로써 한국은 수출개시 3년 만에 홍콩을 비롯해 마카오, 아랍에미리트, 일본,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전 세계 9개국에 한국경마를 알렸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전 세계 9개국 실황·녹화 송출로 한국경마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경마선진국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경험과 인적·기업적 네트워크의 축적을 통해 향후 수출판로 개척에도 큰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경마산업의 성장에 기폭제 역할 할 것"
올해 한국마사회는 그토록 열망하던 PARTⅡ로 승격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한국마사회가 승격을 갈구했던 이유는 단순히 자부심을 높이려는 데만 있지 않았다. PARTⅡ로 진입하면 이번 코리아컵과 같은 굵직한 경주 몇 개가 '블랙타입(Black Type)경주'로 인정된다. 그리고 해당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경주마들은 전 세계 경매회사가 발행하는 경매명부에 특별하게 표시가 돼 몸값이 크게 상승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통상 씨를 뿌리는 씨수말의 경우 애초에 블랙타입으로 표기되어 있는 말을 구매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해외 경매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씨암말은 블랙타입 유무에 따라 5만 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했다.
올해 한국마사회는 코리아 스프린트를 비롯해 6개의 블랙타입 경주를 인정받았다. 때문에 이번 코리아 스프린트에서 입상을 기록한 '마천볼트'의 경우 향후 전 세계 모든 경매회사에서 발행하는 경매명부에 블랙타입으로 기재되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대망의 PARTⅠ 승격을 향해 다시 한 번 채찍질을 가할 방침이다. 한국경마 1세기를 맞이하는 2022년에 PARTⅠ 승격을 확정짓고 일본과 같은 경마 최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코리아컵과 같은 국제경주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한국경주마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한 민간경주마 생산 및 육성훈련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의 육성순치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명관 회장은 "2018년 5월에는 제37회 아시아경마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한국경마의 발전상 및 국제경주, 신사업 등을 대내외에 알리기에 절호의 기회다"라며 "한국이 조속히 PARTⅠ에 진입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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