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능소는 버드나무 밑에서 하염없이 북쪽 하늘을 쳐다보며 "저 나무가 무성해지면 아버지와 낭군이 돌아오시겠지"라고 말하며 한숨짓곤 했다.
이듬해 증광시가 열렸고, 시제는 "봄날에 꾀꼬리는 울고 바람은 산들거리네"였다. 박 선비는 능소와의 만남과 이별을 시험지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갔다. 장원급제였다. 삼일유가(三日遊街)후 박선비는 답안지에 쓴 시구절은 자신과 능소와의 인연을 쓴 것이라고 임금께 아뢰었다. 임금은 박선비를 충청우도 암행어사에 제수하였다. 암행어사가 된 박 선비는 찢어진 갓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천안으로 내려갔지만 능소는 한결같이 박선비를 대했다.
며칠후 천안에서 암행어사가 출두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윽고 암행어사 행차가 능소의 집 앞에서 멈추자 박선비가 나타났다. 그 광경을 본 이웃사람들은 풍악을 울리며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자 박선비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천안~삼거리~흥흥~ 능소의 버들은~흥~"
|
이같은 능소 처녀와 박 선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지금까지도 가요, 소설, 영화, 마당극, 뮤지컬 등 여러 장르의 창작소재가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한을 흥으로 풀어낼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은 억눌림에서 나오는 정서인데 비해, 흥은 해원(解寃)의 춤에서 시작된다. 농무나 강강술래, 마당놀이, 각설이타령도 한을 흥으로 풀어낸 한국인의 창조적 능력의 결과물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천안처녀 능소의 설움, 이별, 기다림의 한이 흥타령 춤과 민요가 되었고, 이제는 '흥타령춤축제'로 승화되었다. 그러므로 천안 흥타령 춤축제는 아파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능소아가씨의 역설적인 한의 문화를 현대인들이 공유하고 이해하기 위해 개최하는 축제인 셈이다.
올 가을, 국제춤축제연맹(FIDAF)총회와 함께 열리는 천안에서 '다 함께 흥겨운 춤을!(Let's Dance in Cheonan!)' 추며 우리 가슴의 한을 멋진 사랑으로 승화시켜보자. <지진호(건양대 교수/ 관광-축제 전문가)>
◆축제 속으로 떠나는 여행 '천안흥타령춤축제2016'
|
◇일시 : 2016. 9. 28(수) ∼ 10. 2(일) /5일간
◇장소 : 천안삼거리 공원 및 시내일원
◇주요 프로그램 : 전국춤경연대회, 거리댄스퍼레이드(천안, 서울명동), 국제민속춤대회, 전국대학치어리딩대회, 막춤대첩, 천안월드댄스컴피티션, 프린지, 능소전 공연 등
◇흥타령 춤축제=아파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능소아가씨의 역설적인 한의 문화를 현대인들이 공유하고 이해하기 위해 개최하는 축제.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