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이 한국 지도를 국외로 가져갈 수 있게 할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 안보·역차별' 반대 목소리 높아
구글의 국내 지도 해외 반출 허용 논란의 중심에는 '국가 안보'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정치적 특성상 국내 안보시설이 노출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선 안보시설 우선 삭제를 통한 반출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구글 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만이 지도 반출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고, 기타 국가들과 달리 한국 지도에만 구글맵의 위성사진 지도를 고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구글의 지도 기반 서비스가 많은 최근 IT기술 생태계에서 한국만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꺼내들었다. 현재 한국판 구글맵은 지도 찾기와 대중교통 길 찾기만 가능하다. 구글이 지도 반출이 안 되자 한국에 소규모 서버를 두고 최소 기능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구글은 한국에서도 ▲도보 길 찾기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 ▲실내 지도 ▲3차원 지도 등 고급 기능의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지도 맵을 활용해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선 이같은 이유로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구글맵이 제대로 되면 포켓몬고와 구글의 지능형 차량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오토' 등 구글맵을 쓰는 유명 서비스가 쉽게 국내 출시될 수 있다는 긍정적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IT업계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지도 데이터 관리 센터가 국내에 위치해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구글이 해외에서 지도 데이터 관련 서버를 구축하는 만큼 국내 사법권을 떠나 자유롭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국내법에 따라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IT업계 일각에선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센터를 해외에 두는 것은 조세회피를 목적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법인세법에 따르면 '고정사업장(인적ㆍ물적 설비 포함)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나 업체에게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구글이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구글 10년간 구애…"현재 상황은 부정적"
구글은 2008년 한국판 구글맵의 출시 이후 정부에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의사를 밝혀왔다. 그동안 거절을 당했지만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 구글측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더라도 안보 우려가 커지지 않는다는 점과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한국에는 두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반출하려는 지도 데이터는 정부의 성과심사를 마치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지도인 만큼 안보 문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나라에서 해당 국가의 세금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때 구글의 국내 지도 해외 반출은 녹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구글과 정부 간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에 대한 외부 관심이 적었지만 포켓몬 고 이후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 관심을 받으며 찬반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정부의 최종 심사기한인 25일 전까지 각종 토론회 등을 거치며 허용 여부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안보시설 삭제 등을 놓고 정부와 구글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부정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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