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장애·조현병·치매의 '망상 증상' 어떻게 다를까?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23 17:55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희자(김혜자 분)는 앞집 젊은 남자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진다고 오해하고,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CCTV를 다는 등 온갖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 조희자는 결국 치매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망상장애' 진단을 받았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긴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망상 때문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이렇게 '망상' 증세는 여러 정신질환에서 나타난다. 병적인 망상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당사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점에서 일반인의 '공상'과 다르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망상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는 원인 질병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망상장애: 특정 주제에서만 망상 증세를 보이고 다른 부분은 멀쩡하기 때문에, 질병의 인지 및 치료가 어렵다. 주로 30~50대에 발병한다. 망상장애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데,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이 대표적 유형이다. '디마프'의 조희자처럼 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색정형, 의처증이나 의부증 등 질투형도 망상장애의 종류다. 특히 질투형 망상장애가 심해지면 데이트 폭력 등 과격한 행동, 자살이나 타살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망상장애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조현병: 만성적인 사고 장애로, 환각·충동장애와 함께 망상이 나타난다. 보통 10~20대에 증상이 시작된다. 나해란 교수는 "남성의 경우 흔히 '군 입대 전', 여성은 20대 후반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조현병은 조기 발견해 약물치료 등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일상 생활에 어려움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재발할수록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도 청소년기에 발병해 6번의 입원 경력이 있는데, 약물 복용 등 치료 중단으로 망상 증세가 악화됐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공격성이 높다고 볼수는 없지만, 피해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노여워하고 논리의 비약이나 일반화가 일어난다"면서 "강남역 사건의 경우도 '피해망상으로 인한 여성 혐오'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치매: 치매 환자는 망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일산백병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후에 발병하는 치매에서 망상·환각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치매 환자의 망상은 논리가 전혀 없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신용욱 교수는 "치매 노인들이 자주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피해망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역시 망상장애·조현병에 쓰이는 동일한 약물로 치료하게 된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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