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중기 기술탈취 의혹…법원은 누구 손 들을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18 09:05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핀테크(FinTech) 기술을 우리은행이 탈취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 기술 탈취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지난 11일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표 대표는 지난해 7월 우리은행이 비이소프트가 특허출원(2014년 2월)한 보안솔루션 '유니키(Uni-Key)'를 무단으로 카피, '원터치리모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다며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유니키는 카드번호나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스마트폰에서 본인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이중보안 장치를 둬 피싱 사기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4월 원터치리모콘 서비스를 출시한 우리은행은 표 대표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지난해 8월 표 대표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고소 접수 이후 조사를 통해 표 대표가 2014년 3~4월 자사가 개발한 금융보안 솔루션 서비스 사업을 우리은행에 수차례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아 허위로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표 대표를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탈취 의혹의 사실여부가 법원 손에 맡겨진 셈이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표 대표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표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가운데 표 대표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억울한 만큼 성실히 재판에 임해 사실을 여부를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란 게 표 대표의 말이다. 표 대표는 "검찰에서 우리은행이 비이소프트의 사업 제안을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허위로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판단, 불구속기소를 했지만 사실은 다르다"며 "허위로 말을 만들었다면 국회의원, 을지로위원회 등이 기술탈취 사건 사례로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과 비이소프트간 사업을 위해 주고받았던 메일·메신저 등을 통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비이소프트는 2014년 3월 우리은행(고객정보보호부)에 '유니키 사업'을 제안했다. 2015년 4월까지 1년여 동안 우리은행에 총 5번에 걸쳐 '유니키 풀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2014년 10월, 2015년 3월에는 유니키의 특허 설명 자료를 우리은행의 요구로 전달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1월 원터치리모콘의 기술을 검토하기 시작, 2월에 개발에 착수했고 4월 개발을 완료했다. 비이소프트의 유니키 자료가 우리은행에 전달된 뒤의 일어난 일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게 표 대표의 설명이다.

표 대표는 "우리은행에 유니키 관련 자료가 전달된 후 원터치리모콘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우연의 일치겠냐"며 "특허출원 시기도 유니키가 1년2개월 빠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우리은행은 원터치리모콘을 론칭한 다음날까지 우리에게 연락을 해 '유니키 관련 자료 및 특허 청구항' 등을 요청했다"며 "우리은행이 유니키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표 대표는 검찰이 불구속 기소 이유로 밝힌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검찰은 표 대표의 기소 이유로 비이소프트의 유니키는 인증이 필요한데 ▲우리은행의 원터치리모콘은 인증이 필요 없다 ▲유니키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동작하고, 원터치리모콘은 지정된 스마트폰에서만 동작한다는 이유를 들어 두 보안솔루션은 완전히 다르다고 판다했다. 또한 ▲'ON'으로 설정한 후 일정 시간에만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 ▲부정접속 시도 시 알림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은 업계에서 상용화된 기술로 비이소프트의 독자적인 기술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표 대표는 이에 대해 "검찰과 우리은행은 유니키는 일반적 기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에 사업 제안을 할 당시에는 어디에도 해당 기술을 쓰는 곳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많은 변리사들이 우리은행의 원터치리모콘에 따른 금융거래 처리서비스는 유니키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측은 "검찰과 비이소프트간 법적 공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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