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시즌아웃' 포항,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22:43



"담배만 느네요."

최진철 포항 감독의 한숨이 늘었다. '에이스' 손준호(포항)의 부상 때문이다. 손준호는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전반 3분만에 무릎에 고통을 호소하며 교체아웃됐다. 손준호는 심동운의 땅볼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려다 권순태 골키퍼와 충돌했다. 경기 후 병원을 찾은 손준호는 오른 무릎 내측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6~8주 정도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2일 건국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오른 무릎 내측인대 뿐만 아니라 전방 십자인대까지 파열됐다. 손준호는 이달 말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치료와 회복에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사실상 올 시즌 출전이 어려워졌다. 최 감독은 "본인 의지에 따라 회복 시기가 당겨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손준호 없이 올 시즌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말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포항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무열(전북) 김승대(옌벤) 신진호 조찬호(이상 서울) 등이 모두 팀을 떠났다. 포항은 주축들의 이탈 속에서도 손준호만은 지켰다. 손준호는 국내외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손준호를 축으로 팀을 재편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중원에 선수들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준호가 다쳐서 걱정이다"고 했다.

최 감독의 말대로 포항의 올 시즌 고민은 중원이었다. 포항은 손준호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력이 널뛰었다. 손준호는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였다. 문창진 심동운 강상우 정원진 등이 포진한 2선 자원은 풍부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는 인원 자체가 많지 않다. 남아 있는 전문 중앙 미드필더는 황지수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황지수는 체력 문제로 모든 경기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중앙으로 포지션을 옮긴 박준희 이재원은 원포지션이 각각 윙백과 중앙수비다. 모두 전개력과 포지셔닝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한 조수철은 5월말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다.

포항 공격의 시작이었던 손준호의 이탈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 감독은 "선수 영입부터 전략까지 재수정이 불가피 하다"고 했다. 포항은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외국인선수 영입을 계획 중이었다. 팀 관계자가 브라질로 넘어가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초 윙포워드와 섀도 스트라이커 영입을 꾀했다. 하지만 엷어진 중원 보강을 위해 중앙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들로 타깃을 변경했다. 공석인 아시아쿼터는 물론 국내 선수 영입도 고려 중이다. 윙백을 중심으로 영입 리스트를 짜고 있던 포항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략 역시 변화를 검토 중이다. 최 감독은 패턴 보다는 선수들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포항의 미래를 위해 밀어붙이고 있다. 그 핵심이었던 손준호까지 쓰러졌다. 가뜩이나 경기력이 좋지 않은 포항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 감독은 "포항이 가장 잘했던 과거 스타일로도 부분부분 돌아갈수도 있다"고 했다. '손준호 시즌아웃'이 만든 나비효과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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