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신용등급 좋아도 고금리…1~3등급에도 10~20% 넘어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6-04-04 17:55


제2금융권 이용 시 이용자의 신용등급이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2금융권에서 신용등급이 좋지 않을 경우 연체 가능성이 높아 고금리를 물린다고 밝혀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제2금융권이 저신용자의 부실 가능성을 고신용자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사들이 신용등급이 높은 1~3등급의 대출 금리는 연 10~20%다. 시중은행들이 1~2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너스대출 금리인 연 3~6% 수준과 비교해도 3.5~6.8배가량 높다.

카드사들의 고신용자의 카드 관련 대출 금리는 연 10~16%였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1~3등급 대상 카드론 금리는 연 13.58%로 가장 높았고,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13.36%, 12.12%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하나카드는 각각 11.57%, 11.10%, 11.09%였다. 유일하게 우리카드만 8.87%로 10%를 넘지 않았다. 카드론보다 대출 기간이 짧은 현금서비스의 연평균 금리는 13.35~16.29%로 높았다(2월 29일 기준 BC카드 제외).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에 비하면 카드사의 대출 금리는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 2월 기준으로 OSB저축은행이 신용등급이 1등급인 고객에게 대출한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5%였다. 웰컴저축은행과 아주저축은행은 1등급 고객에게 각각 연 23.16%, 23.15%의 금리로 대출했고, 현대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도 연 20%가 넘었다.

저축은행 중 1~3등급의 고신용 등급에 연 10% 이하의 금리로 대출을 한 곳은 IBK 저축은행과 신한저축은행뿐이었다.

캐피탈사도 OK아프로캐피탈의 1~3등급 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는 20.41%로 20%가 넘었고, 다른 캐피탈사들도 10%를 웃돌았다. 2금융권 대부분이 1~3등급인 고신용등급자들에게도 고금리를 부과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가령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가 500만원을 2금융권에서 10대의 카드론 서비스를 받을 경우 월 5만원의 이자를 내야한다.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에서 빌렸다면 이자는 각각 8만원과 10만원 가량이다. 반대로 1금융권의 마이너스대출을 이용했다면 2만5000원 가량에 불과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받는 금융사들이 높은 신용등급의 고객에게도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신용등급을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제2금융권은 고신용자의 대출금리가 고금리는 아니라고 입장이다. 조달금리가 제1금융권보다 높다고 강조한다.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통해 돈을 조달하지 못해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1%대의 싼 예금 금리로 돈을 조달하는 것과 다른 구조적 특성상 조달 금리와 각종 채권 발행에 필요한 비용이 들어가 조달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카드채 금리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실제 10년 만기 카드채라도 2%대 중후반의 이자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저축은행은 은행처럼 예금도 받는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은행권보다는 높지만,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1%대에 그친다. 은행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데도, 대출금리는 5~6배 차이를 보인다.

백주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2금융권에서 편리성을 핑계로 심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일단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아도 고금리를 물리는 것은 부실 대출의 부담을 금융회사가 아닌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에게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업종 특성상 신용등급이 낮거나 급전이 필요해 높은 금리에도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은행과 같은 1금융권에서 빌릴 때보다 많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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