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통업계에서는 면세점이 가장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관세청은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 중 롯데면세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취소하고,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잡은 용산 HDC신라, 여의도 한화갤러리아63, 남대문의 신세계면세점, 동대문 두산면세점, 인사동에 중소·중견면세점인 SM면세점에 특허권을 신규로 내줬다. 현재까지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63, SM면세점 등이 오픈 후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 특허권을 획득한 신세계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한창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63, 신세계, 두산 등은 축배를 들었다. 부진한 내수 시장 대신 몰려드는 '큰 손'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면세점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모두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시장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는 달리 면세점들이 '반쪽 장사'를 겨우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 오픈한 용산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이라며 오픈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썰렁한 모습이다. 여의도의 한화갤러리아63 면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의 랜드마크 63빌딩에 면세점을 오픈했지만 관광객보다는 직원들이 더 많은 모습이다.
신규 면세점들은 모두 새로운 장소에 면세점을 오픈하다보니 아직 관광객들이 존재나 위치를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자발적인 관광객보다는 유치한 단체 관광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면세점 규모에 비해 유치한 관광객 수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오픈하면 있을 줄 알았던 황금알은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3곳 모두 정식 오픈은 뒤로 미룬 채 여전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온전한 모습의 면세점은 올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듯하다. 남대문 신세계면세점과 동대문 두산면세점은 오는 5월 오픈 예정이다. 그러나 먼저 오픈한 면세점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중국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면세점 사업에도 그림자가 늘고 있다. 심지어 사드 배치 등의 정치적 문제로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도 줄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신규 면세점들에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 유치는 점점 미궁 속으로
면세점의 성공 여부는 해외 유명 명품 유치에 달려 있다. 특히 '면세점의 꽃'인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구찌, 프라다 등 5대 명품 브랜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 면세점 매출과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 기업들의 오너들이 직접 브랜드 유치를 위해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갤러리아63의 명품 유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발로 뛰고 있다.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넓힌 국제적 인맥으로 명품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가 특히 취약했던 한화갤러리아63은 오는 6월 구찌 입점을 확정했다. 중국인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구찌가 한화갤러리아63의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HDC신라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일찌감치 나섰다. 페라가모, 발리, 비비안웨스트우드 등의 명품이 입점을 했지만 아직까지 5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도 유치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이부진 사장이 루이비통·마크 제이콥스·셀린느·지방시·펜디·도나 카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의 베르나라 아르노 총괄회장과 만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이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을 사실상 유치한 상태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유경 사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업무만 챙기고 있어, 어떤 성과를 낼지는 면세점을 오픈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두산면세점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해, 면세점 사업을 맡겼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국제 광고계에서도 명성을 쌓은 박서원 부사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명품 유치에 상당히 커다란 변수가 생겨, 이들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 당초 신규 면세점들은 롯데월드타워점이 폐점을 하면 그곳에 있던 루이비통, 샤넬, 구찌, 프라다 등 주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려 했다. 이들 브랜드는 한 도시 안에 여러 매장을 두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새로 매장을 열기 보다는 롯데면세점과 계약이 끝나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롯데와 SK까지 소급해 신규 면세점을 허용할 태세라는 점이다. 만약 롯데월드타워점이 다시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 이들의 명품 유치 노력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나 마찬가지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