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주류기업인 금복주가 결혼한 여직원을 상대로 퇴사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결혼하면 회사 그만둬라?
지난 1월 금복주를 다니던 한 여직원이 '결혼을 이유로 회사가 퇴사를 종용한다'는 이유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김동구 금복주 회장, 박홍구 금복주 대표 등을 고소했다. 또한 이 여직원은 같은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민원을 제기하면서 금복주의 전근대적인 여성 차별이 밖으로 전해졌다.
금복주의 부사장과 기획팀장 등은 '회사에 여직원이 결혼하고 근무하고 선례가 없다'는 금복주 내의 관례를 얘기하며 퇴직을 강요했다. 부당함을 느낀 여직원이 반발하자, 기획팀장은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화장실에 유축기 들고 가서 짜고 앉아있다'라는 성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따로 면담을 요청한 여직원을 상대로 심지어 부사장은 '조직하고 개인하고 어떤 대항에 대한 부분은 결코 조직을 능가할 수가 없다'고 협박성 말을 내뱉기도 했다.
이 여직원은 결혼 사실을 알리기 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주임으로 승진했다. 이는 창사 이래 여성 직원으로서는 첫 승진 사례였다. 그러나 단지 결혼이라는 이유만으로 퇴사를 강요받은 것. 실제로 금복주에는 생산직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 여성 사무직 중에 결혼한 여성은 없었다.
이런 회사 측의 압박에도 여직원이 퇴사를 거부하자 회사에서 컴퓨터를 뺏고, 일을 주지 않는 등의 조직적인 업무배제가 시작됐다. 또한 회사 눈치 때문에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소외되기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업무와 관련 없는 판촉부서로 인사 발령을 냈다가 외부에서 관심이 커지자 다시 원래 부서로 복귀시켰다. 결국 이런 회사의 행태를 견디지 못한 여직원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구지방노동청은 박홍구 대표를 소환해 한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금복주의 오너인 김동구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아직까지 노동청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노동청에서 김 회장에게 소환 통보를 한 날, 공교롭게도 미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노동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후 관련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할 계획이지만, 당장 김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 진행은 멈춰진 상태다.
여성 차별 정책은 오랜 관행?
대구지역 향토기업인 금복주는 매년 1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 중견기업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소주 판매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길 정도로 탄탄하다. 특히 금복주의 '참소주'는 톱 여성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등장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금복주는 '참소주' 모델로 한예슬, 이보영, 이수경, 손담비, 박한별, 이다해, 손은서, 강소라 등 톱스타를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금복주는 모델 마케팅을 잘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참소주'를 알리는 데 여성 모델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여성 모델을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면서, 내부적으론 심각한 여성 차별 정책을 펼치는 이중적인 경영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금복주엔 최근 5년 동안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떠난 여성 직원이 7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 여직원이 주임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창사 이래 58년간 여성 직원이 승진한 경우가 없을 정도로 여성 차별 인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금복주 홈페이지 게시판에 '20세기 조선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다', '금복주 좋은 회사네요. 결혼하면 아주 푹 쉬라고 하네요. 저도 금복주 소주와 결별합니다' 등의 글을 남기며 여성 차별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금복주를 규탄했다. 대구여성회는 "정부와 각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금복주는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며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공동으로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금복주 측은 "해당 여직원의 일방적인 주장이 많다"며 "우선은 노동청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달라"라고 말을 아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