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침체에 장기 불황이 피부에 와닿는 요즘에도 뜨고 있는 시장이 있다. 최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어린이 즉 '키즈(Kids)'가 급부상하고 있다.
아웃도어는 재킷 대신 책가방 선택
에잇포켓의 배경에는 저출산과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 증가와 같은 사회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하나뿐인 자녀를 최고로 키우려는 부모와 조부모가 증가하고 있어, 고가의 키즈 제품을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구매 아이템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가의 가구, 귀금속, 컴퓨터 등을 주로 구매했고 고모(이모)·삼촌은 장난감, 의류, 가방 등 잡화 제품이나 조카 또래 집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완구·자전거 등의 아이템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아웃도어 업계는 키즈 아이템을 새 성장 동력으로 선택했다. 아웃도어 키즈 라인 강화와 함께, 최근 아이들 신학기 책가방, 백팩으로 에잇포켓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맞는 맞춤형 백팩 4종을 출시해 키즈 시장 공략에 나섰다. 노스페이스는 백팩에 '안전 반사 레벨'과 '방범 호루라기' 등 어린이 안전장치를 설치해 부모 걱정을 덜어준다. 아이더는 초등학생을 겨냥해 보조가방, 필기구 파우치 등을 세트로 구성한 어린이 가방을 출시했다. 세트인 보조가방은 신발주머니는 물론 준비물 가방 등으로 사용 가능하며 필기구 파우치는 백팩과 탈부착이 가능해 분실 위험을 줄였다.
네파키즈는 가방끈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신학기 백팩 3종을 선보였다. 아이들 스스로 가방끈 조절이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고사양 등산화에서 볼 수 있는 보아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버튼만 돌려도 가방 끈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가슴 고정 밴드에 호루라기를 장착했다. 이들 아웃도어 브랜드들에서 출시한 초등학생용 책가방은 대부분 10만원 이상의 고가의 제품들이다. 그럼에도 에잇포켓의 저력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G마켓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신학기 대표 품목 5종(아동 책가방, 아동 신발, 아동 의류, 문구, 어린이 가구)을 대상으로 평균 구매 금액(객단가)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상승한 품목이 책가방이었다. 올해 책가방 객단가는 지난 2013년에 비해 2배 이상인 103%로 급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56% 증가해, 책가방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은 아이들 위한 서비스 천국으로
대표적인 서비스업종인인 호텔도 '키즈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엔저 영향과 메르스 사태로 처음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내 호텔 이용객수는 2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호텔 이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기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호텔 이용률은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호텔업계가 빈방 채우기 전략으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 모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미취학 자녀를 동반한 고객을 대상으로 '스위트 키즈' 패키지를 판매한다. 신라호텔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인 스위트 키즈 룸에 각종 주방놀이와 미니 볼풀, 블록, 동화책 등을 비치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증정한다. 롯데호텔월드는 '포 키즈(For Kid's) 패키지' 2종을 선보였다. 호텔과 연결된 뽀로로파크에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한 감성을 키워줄 수 있는 '뽀로로 패키지'와 직업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키자니아 패키지' 등이다. 뽀로로 패키지는 유아를, 키자니아 패키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겨냥한 상품이다. 추가 비용을 내면 호텔룸을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로티와 로리 캐릭터로 전 객실이 꾸며진 '캐릭터 룸'으로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다. 켄싱턴제주호텔은 '케니 캠프' 패키지를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디자인한 키즈룸 1박과 함께 키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케니 캠프를 묶은 구성이다. 쿠킹 클래스, 키즈 크래프트, 호텔 갤러리 투어, 그림을 그리는 키즈 갤러리, 호텔을 놀이터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케니 어드벤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호텔들이 가족 단위 숙박뿐만 아니라, 돌잔치 등의 소규모 가족 모임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호텔 가족 모임이 친척과 친구들까지 초대하는 대규모 대신 소규모인 에잇포켓 가족 모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 따르면 이 호텔에서 진행된 20명 미만 소규모 가족모임은 지난 2012년 18%에서 2014년까지 37%로 증가했으며, 50~100명의 대규모 가족모임은 42%에서 27%로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
오크우드프리미어코엑스센터서울은 '소규모 프라이빗 돌 패키지'를 선보였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소규모 돌잔치에 적합한 패키지로 가족만 모이는 10·15·20인으로 구성된 패키지다. 심지어 메이필드호텔은 돌잔치 공식 블로그를 따로 개설해 운영할 정도다.
성장 정체인 백화점, 명품 아동복이 불황 타개책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 백화점도 아이들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에잇포켓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객의 지갑 열기에 성공했다. 패션계가 SPA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과 경기불황으로 침체기에 빠져 있음에도 이들 명품 아동복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뿐인 아이를 위해 부모와 조부모가 비싼 명품 아동복을 구매하는데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백화점에서 해외 유명 명품 매장뿐만 아니라 명품 키즈 매장들인 아르마니주니어, 펜디 키즈, 구찌 칠드런, 몽클레르키즈, 폴스미스주니어, 버버리 칠드런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프랑스 명품 아동복 브랜드 쁘띠바또도 인기를 끌며 고가 아동복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수입아동복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수입아동복 매출은 지난 2013년 8.1%, 2014년 10.7%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동복 전체 매출이 2013년에 3.2%, 2014년에 3.5%, 지난해에 4.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수입아동복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펜디 키즈, 버버리 칠드런 등 수입 아동복 매출은 지난해, 전년보다 21.3%나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아동복 라인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아동 고객을 대상으로 어린이 책 미술관, 아동 클라이밍 등 아동 체험형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각각 14.1%, 19.8% 성장했다. 이에 백화점들은 명품 아동복 매장을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몽클레르키즈, 펜디키즈 매장과 함께 아동 명품 편집숍 리틀 그라운드를 오픈했다.
신세계센텀시티는 버버리칠드런, 아르마니주니어, 빈폴키즈 등 국내외 유명 아동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이에 신세계센텀시티는 분주니어, 뽕쁘앙, 펜디키즈 등 유아동복 명품 브랜드를 잇달아 입점 시켰다. 이런 키즈 시장을 읽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이번 봄에 16세 이하를 위한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그리고 칼 라거펠트는 이 브랜드를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조부모, 외조부모, 삼촌, 이모 등이 전 가족이 아동복을 구입해 선물하고 있다"며 "특히 30대 미혼 여성의 수입 아동복 신장율이 3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