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계열 KDB생명이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KDB생명은 그동안 내세우고 강조하던 '진심, 신뢰, 약속' 등의 기업이미지를 훼손시킴은 물론이거니와 모회사이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정착수수료 반환소송서 패소 '망신'
KDB생명과 A씨는 2010년 12월~2012년 5월(18개월) 매월 700만원의 정착수수료를 고정급 형식으로 주겠다는 내용의 지점장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에는 정착수수료 환수 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KDB생명은 9개월 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변경, '향후 2년 이내에 지점장에서 해임될 경우 정착수수료를 환수 조치한다. 다만 지점장에서에서 부지점장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해임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착수수료의 환수 조항이 갑자기 생겨난 내용이다. 이직 이후 '을(乙)'의 신분이 된 A씨는 KDB생명의 요구가 담긴 계약서에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했고, 2012년 4월지점장에서 해임됐다. 다행히 부지점장으로 신분을 유지, 정착수수료를 환수할 필요는 없었지만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KDB생명이 '부지점장이 된 후 4개월경과 시점에 B등급 지표를 달성해야 하고, 지표를 달성 못하면 해임과 동시에 이미 지급된 정착수수료의 50%를 환수조치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또 변경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B등급 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A씨는 부지점장에서 해임됐고, KDB생명은 '정착수수료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반환요구금액은 4000만원이 넘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1심 판결에서 KDB생명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법원은 "KDB생명과 A씨가 체결한 원 계약서에는 (정착수수료의) 환수조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점장에서 해임되면 정착수수료 반환', '지점장에서 부지점장으로 강등된 후 실적 기준 못 맞추면 지점장 시절 받은 정착수수료 반환' 등 두 차례에 걸쳐 변경된 계약 내용에도 법원은 문제를 제기했다.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신분과 지위가 다른데, 부지점장의 실적을 기준으로 지점장 시절 받은 돈을 토해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KBD생명과 A씨간 계약기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KDB생명은 변경계약을 요구하면서 '2년 안에 해임되면 정착수수료의 50% 환수'라는 새로운 기간을 제시했다"면서 "만약 이런 방식의 계약변경이 유효하다면 KDB생명은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계약을 바꿔 '정착수수료의 환수를 위한 새로운 기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 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김명종 법률사무소 '지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사적 계약의 경우 계약서의 내용대로 효력이 인정되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내용이 너무 부당하기 때문에 회사의 일방적이고 불리한 조건의 계약 변경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 "1심 이후 항소를 진행 중에 있다"며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정착수수료 반환 소송 잇달아 제기
KDB생명의 '정착수수료 반환 소송'은 A에게만 진행된 게 아니다. 지킴에 따르면 KDB생명은 A씨 외 전직 지점장 3명에게 '정착수수료의 50%를 내놓으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DB생명은 '매월 수백만원의 정착수수료를 주겠다'면서 2011년경 영입한 전직 지점장 B씨, C씨, D씨에게도 최근 각각 1551만여원, 4100만여원, 6000여만원의 정착수수료를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세 명 모두 A씨와 마찬가지로 원계약서에는 '정착수수료 환수조항'이 없었지만 계약을 변경해 '환수 조항'을 추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사람 모두 현재 KDB생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득의 금융연대 대표는 "KDB생명은 아무런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기본급 형식으로 준 돈을 다시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자사 보험인력과 맺은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꿔 버리는 데, 고객에게는 어떻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향후 KDB생명 관련 소송 결과를 지켜보면서 갑질 문제를 계속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