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벌, 10번 중 2번은 '코차 이내 승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1-21 14:48



지난해 도입된 경주마 능력 구분인 '레이팅 제도'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주 혁신의 일환이었다. 경주마 능력을 특정구간(1~140)으로 수치화해 능력이 뛰어난 마필일수록 높은 수치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경주 편성강도, 도착순위와 차이, 성별, 연령 및 경주기록 등을 바탕으로 수치를 산출하며 레이팅에 따라 경주마 등급 또한 조정된다. 레이팅에 근거한 경주편성이 가능한 만큼 이전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마사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에선 전년대비 1위와 5위 간 결승선 착차(도착 차이)가 평균 7.1마신으로 0.4마신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1, 2위간 착차가 경주마 코 길이(5㎝) 이내를 뜻하는 일명 '코차' 승부가 20.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차 승부, 경주 짜릿함 높였다

'연장전 끝에 터진 결승골(축구)', '9회 말 투아웃 역전 홈런(야구)', '종료직전 림을 가른 버저비터(농구)' 등 어떤 스포츠든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짜릿함을 주는 건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승부들이다. 이는 경마라고 예외 일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경마는 그런 광경이 더 자주 연출되곤 한다. 대부분 1 ~2분 내외로 승부가 결정되고, 부담중량 부여 등을 통해 경주마 간 능력 차이를 최소화하기에 때로는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우승마를 분별할 수 없는 명승부도 펼쳐진다.

경주마 간 착차는 보통 '마신(馬身)'으로 표시된다. 마신이란 말의 코끝에서 꼬리뼈까지의 길이를 말하며, 보통 2.4m를 1마신으로 본다. 하지만 1마신, ½마신, ¼마신 등 마신으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근소한 승부들이 존재하며, 그 중 최고가 바로 '코차'승부이다. 때문에 일단 '코차'승부가 벌어지면 관객들은 거대 전광판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숨죽이고 지켜보다 결과가 표시되는 순간 환호와 탄식이 관람대를 가득 메운다. 경마의 순위입상은 5위까지이기에 여타 스포츠처럼 1, 2등에만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도 경마에서의 코차승부의 매력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이토록 경주의 흥미와 짜릿함, 박진감을 더해주는 '코차'승부. 이는 경마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명승부를 선사함과 동시에, 경마 선진화 측면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크다. 경주마 간 능력 차이를 최소화하였다는 점 때문이다.

마사회 분석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레이팅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2015년의 경우 그 전년과 비교 시 1~5위 경주마 간 코차 이내 승부비중이 20.9%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1위 ~ 5위 경주마 간 착차도 평균 7.1마신으로 전년대비 0.4마신(약 1m)이나 단축되었다. 세부적인 요인으로서, 출전두수가 많고 출전마간 레이팅 차이가 적을수록 착차가 급격히 단축되었다. 예컨대 1~5위 경주마 간 착차가 2마신 이내인 초접전 경주의 경우 평균 출전두수는 12.4두로 가장 높았으며, 경주마간 레이팅 차이는 9포인트로 가장 낮았다.

전거리 경주기록 단축, 더 정교해지는 레이팅 시스템

경주마들 간 착차 단축을 통해 경주 박진감을 높인 것 외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등급별, 경주거리별 경주기록 단축이 바로 그것. 렛츠런서울의 경우 등급별로는 1등급에서 6등급까지, 경주거리로는 1000m에서 2300m까지 모든 부문에서 전년대비 큰 폭으로 경주기록이 단축되었다. 특히, 2등급 2000m의 경우 '삼정제국'이 9월 치러진 경주에서 2분 08.8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2014년 '슈퍼플로잇'이 동거리에서 기록했던 2분 14.4초를 5.6초나 앞당겼다. 경마는 0.01초를 다투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이기에 전체 등급?경주거리를 적게는 0.1초부터 많게는 1.0초까지 단축하였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레이팅제 도입은 여러가지 성과를 안겼지만 아직까지 경마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성적이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다. 홍콩만 보더라도 1~5위 경주마 간 착차가 평균 3.5마신에 불과하여 여전히 우리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를 메우고자 한국마사회는 지난 주 2016년 경마시행계획을 발표하며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제시하였다. 레이팅 구간 폭 축소(20 → 15)를 통한 경주마 능력서열 정교화, 승급-강급 장벽 완화를 통한 경주 박진감 제고, 2개 등급 통합 경주편성을 통한 출전마 간 능력차 축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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