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형 소비는 이제 안녕, 아웃도어 업계 '로고리스' 똔다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6-01-19 09:42


한때 과시형 소비를 '자의반 타의반' 부추겼던 아웃도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로고가 강조되어 한눈에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디자인이 대다수였던 과거와는 달리 로고를 축소하거나, 로고가 들어갈 자리를 독특한 디자인 요소로 대체한 스타일이 보다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밀레 기획본부 정재화 이사는 "한창 아웃도어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등산 한 번을 가도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재킷이나 액세서리를 갖추어 입으려는 소비자가 많았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개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마니아가 늘다 보니 하이패션의 로고리스 트렌드가 아웃도어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레터링 로고가 적용된 밀레 스포트라이트 하이브리드 다운 재킷.
밀레는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바스찬 부페이의 진두지휘 하에 로고를 커다랗게 강조하는 디자인을 지양하고, 보다 작고 심플해진 로고 적용을 확대해왔다. 전세계 밀레에서 동일하게 사용 중인 곡선이 강조된 'M'자 로고 외에도, 모던하고 절제된 느낌의 레터링 로고를 개발해 사용 중인 것. 밀레 마케팅본부 관계자는 "로고타입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첫 시즌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오히려 과거의 큰 로고가 삽입된 디자인보다 세련되었다는 평과 함께 인기가 좋다. 프랑스 밀레 본사에서도 새로운 로고 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 라고 전했다.

이같은 '로고리스(logoless)' 트렌드는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 시티 아웃도어 캐주얼 라인, 프리미엄 아웃도어 라인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들 제품은 등산복 특유의 디자인을 탈피해 일상에서도 세련되고 기능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점을 강조, 의도적으로 브랜드 로고의 노출을 축소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게끔 디자인한다. 또한 로고 대신 독특한 패턴이나 위트 넘치는 디테일을 첨가해 로고를 대체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가거나, 여타의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재단과 소재로 승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시티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코오롱스포츠의 트래블라인 컬렉션. 이 라인의 제품엔 코오롱스포츠 특유의 상록수 로고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독자 개발한 적층 구조의 입체 프린트 기법인 지오닉(Geonic) 프린트라든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자카드 카무플라주 패턴을 과감하게 사용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에서 선보이는 프리미엄 컬렉션인 '베일런스(Veilance)' 역시 로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조새 아키옵테릭스(Archaeopteryx)에서 유래된 아크테릭스 특유의 로고는 구매자의 자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인 것이 사실. 그러나 프리미엄 컬렉션 베일런스는 진보적인 직물과 과학적인 재단을 전면에 내세우며 로고의 노출은 자제하고 있다.

밀레 기획본부 정재화 이사는 "유니클로나 자라(ZARA)와 같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패션 브랜드가 로고를 통해 디자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웃도어 업계도 과시적 로고 노출은 앞으로도 점차 줄어들고 개성 있는 디자인과 품질의 로고리스 제품이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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