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家)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핵심 사안인 신격호 총괄회장(94)에 대한 정신 건강 상태를 법원이 판단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정숙 씨는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대상으로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대표, 차남 신동빈 회장,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지목했다. 신 총괄회장의 가장 가까운 가족인만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가 찍힐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선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법원에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하면, 장남인 신동주 대표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그동안 신 대표는 아버지의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또한 온전한 정신 상태에 작성한 아버지 위임장을 공개하며 신동빈 회장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동안 내세웠던 신 대표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동생에게 지분 싸움에서 져, 실질적으로 밀려나 있는 신동주 대표는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아버지라는 큰 명분마저 잃어버리는 셈이다. 다만, 이 때 법원에서 신동주 대표를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으로 지정하면 다시 한번 반전의 카드를 꺼내들 순 있다. 그렇지만,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정숙 씨가 갑자기 등장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게 국민적 망신을 사면서도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SDJ 코퍼레이션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는 성년후견심판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법원에서 잘 판단하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