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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제의 재계 인사이트] 한진,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 놓고 정권과 불협화음?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4-23 09:2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한진그룹이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놓고 '박근혜 정부'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영문 명칭 'Korea'와 태극 도안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국책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주력 계열사로 갖고 있다. 그런데도 한진그룹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과 관련해 어떤 이유인지 청와대와 파열음을 내고 있어 그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정·재계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건으로 한진그룹이 정권에 밉보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병기 실장,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지연 놓고 한진그룹 '성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은 '창조경제'로 요약된다. 창조경제의 컨트롤타워로 미래창조과학부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때 창조경제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처방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한 것.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바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구현할 디딤돌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이 손잡고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현재 대구(삼성), 광주(현대차), 대전(SK), 충북(LG) 등 총 9개 센터가 출범했고, 이어 인천·서울·강원·충남·전남·울산·제주·세종 등에도 오는 6월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시킨 대기업 중에서는 SK와 LG가 콘셉트를 잘 잡아, 박근혜 대통령이 이 두 곳 칭찬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 경우 정부는 지난해말 주관 대기업으로 한진그룹을 지정했고, 올해 2월쯤 센터를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래부와 인천시는 물류·관광산업, 글로벌 벤처창업 허브 등을 센터 테마로 해 한진그룹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투자금액을 비롯해 인원 규모, 운영방침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센터 오픈이 지연돼 왔다. 최근에야 한진그룹은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오는 6월에 출범시키는 것을 확정지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월초쯤 '실수비'(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 한진그룹의 미온적인 행보에 대해 성토하는 발언이 있었다"면서 "각 수석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 비서실장이 이를 지적한 것은 사안이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놓고 미래부·인천시와의 협상에서 한진그룹이 상당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이병기 실장이 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 인천시와 미래부는 투자금액 등을 줄이려는 한진그룹 때문에 협상이 지연돼 센터 출범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청와대 움직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 "센터 설립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센터 개소식과 관련해 테마를 무엇으로 할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특별한 사업권 걸린 것 없어 정부 정책에 소극적"

이러한 한진그룹의 행보에 대해 정·재계의 해석은 분분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실형(징역형)으로 태업(怠業)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한진그룹과 관련된 정부 인·허가 사업권이 없다보니 정부 정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추측도 있다. 대기업의 한 대관(對官) 담당 임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한진그룹은 어느 정도 나랏일에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에까지 많은 기여를 정부가 바라니까 불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풀이했다. 이 임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실형이 한진그룹에게 무력감(無力感)을 줘 태업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았기에 한진그룹이 정부 시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를 못 느끼는 듯 하다"면서도 "내년에 집권 4년차에 들어가면 정권의 힘도 빠지고 (앞으로 한진그룹에 특별한 정부 인·허가) 사업권이 걸린 것도 없고 해서 소극적으로 움직이다보니, 늑장부리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도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독점적·전문적 기업이어서인지 국회 내에서도 뻣뻣하다고 소문 나 있다"며 "정부와도 노선 승인할 때 외에는 평소에도 (정부 시책과 관련된 것에) 그다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대관 담당 간부는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규모도 많지 않을 텐데, 그 정도 이유로 한진그룹이 미적거리는 거 같지는 않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 실형건 때문에 태업을 한 것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까지 맡고 있고, 한진그룹이 계속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해야 할 텐데 굳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미스터리다"고 덧붙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월 12일 1심 재판에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업무방해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지난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정권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정권의 칼날 조심해야"

이병기 실장이 실수비에서 수석비서관을 모아놓고 한진그룹을 성토한 의도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다른 지역처럼) 2월에 완료돼 내년 초쯤에는 성과가 있어야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에 창조경제 치적을 홍보할 수 있는데, 뒤늦게 6월에 그것도 마지못해 출범하는 모양새여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 든다"며 "이병기 실장이 많이 답답해서 실수비에서 얘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도 4대강을 집권 4년차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아젠다인 창조경제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여당에서도 당정협의를 통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많은 공을 기울여왔다"면서 "집권 4년차에는 창조경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그것을 갖고 정권 차원에서 홍보할 텐데, 대표적인 재벌인 한진이 소극적으로 움직이니까 (이병기 실장이) 화가 났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청와대의 눈 밖에 난 한진그룹에 대해 정·재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의 대기업 임원은 "어떤 이유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집권 3년차에 청와대와 마찰을 빚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정권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정권의 칼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모든 기업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새누리당 관계자도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고 상당히 신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청와대에서 태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며 "(센터 출범 지연이) 만약 오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에디터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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