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C은행, 연체이자율 여전히 '최고'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03-11 15:04


"한국 현실에 맞는 경영활동을 통해 토착화된 국제적 은행을 만들겠다."

올해 초 선임된 박종복 신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회장 겸 SC은행장의 취임 일성이다. SC은행을 대표한 SC금융지주들은 외국계 금융사라는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그동안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매년 고배당을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영국에 본사를 둔 SC그룹으로 송금해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C은행은 2005년 설립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행장을 올해 초 선임한 것은 국내의 냉랭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아직 SC은행의 금융정책은 아직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는 듯하다.

연체이자율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아

SC은행의 연체이자율은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SC은행은 신용대출에 대해 최고 21%의 연체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대출에는 최고 19%를 부과했다. 이는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16.9% 보다도 높다. 또한 국민·신한·우리은행의 15%에 비하면 4~6%포인트 이상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 은행권에 최고 연체이자율을 인하토록 전달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11월 모든 은행에 실세금리를 반영해 대출 연체이자율을 합리적으로 재산정하라는 지도 공문을 내려 보냈다.

2011년 이후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이 연체이자율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분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 주요 은행들은 기존 17~18% 수준의 최고 연체이자율을 올해 들어 15% 수준으로 2~3%포인트 가량 일제히 인하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현재 17%에서 이달 중 15%로 인하할 계획이다.


SC은행도 4월 중 연체이자율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그 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은 18%, 담보대출은 16%로 다른 은행들의 조정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가산금리는 이전 수준을 그대로 유지키로 해 실질적인 인하효과도 떨어진다.

SC은행은 89일 이하의 연체 담보에 대해서는 8%, 신용은 9%를 적용한다. 90일 이상은 담보대출 9%, 신용은 10%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1개월 이하 7%, 3개월 이하 8%, 3개월 9%에서 각각 6%, 7%, 8%로 1%포인트씩 낮췄다. 결국 SC은행은 시중은행의 인하 전보다도 높았음에도 이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 '반토막'…첫 한국인 은행장 카드 반전의 기회될까

SC은행의 이런 영업정책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까지 SC은행은 682억18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3분기 말 1977억3000여만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여기에 시장 점유율도 점차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SC은행은 시중 은행 가운데 총수신과 총여신 점유율이 2.6%와 2%대에 그치면서 지방은행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2005년 4%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준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SC그룹이 인수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룹내 존재감도 낮아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 SC그룹내 SC은행의 비중은 2006년 자산 22.7%, 세전이익 7.3%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자산 8.2%, 세전이익 4%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SC은행의 이런 성적표는 결국 SC그룹의 전체 실적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SC그룹은 첫 한국인 은행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박종복 신임 은행장은 올해 초 취임사에서 "지금 SC은행 눈앞에 있는 경쟁 상대는 한국의 은행들"이라며 "한국 현실에 맞는 영업 활동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2, 3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5년 내에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을 명실상부하게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행장의 바람대로 SC은행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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